"내가 쓰는 동화는 차라리 그냥 '이야기'라 했으면 싶다.
서러운 사람에겐 남이 들려주는 서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한결 위안이 되고, 그것이 조그만 희망으로까지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있으면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듯이 그렇게 동화를 썼는지도 모른다".
'몽실언니'로 우리와 친숙한 안동의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글을 모으고 그의 삶과 문학세계를 담은 '권정생 이야기'를 도서출판 한걸음에서 두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제1권은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무명저고리와 엄마' 등 10여편의 동화와 걸인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메모했던 10편의 시 그리고 소설·동극·평론을 함께 엮었다.
제2권에는 선생의 수기인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와 12편의 수상 그리고 주변의 마음 나누던 지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를 모았으며, 이시헌(동아일보 편집위원)·이수언(자유기고가)·이오덕(아동문학가)·이현주(목사)·주중식(교사) 등이 선생의 문학과 삶에 대한 글을 보탰다.
권정생 선생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어른들에게도 많이 읽히게 된 것은 아마 한국인이면 누구나 체험한 고난을 주제로 썼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은 동화가 무리한 설교조의 교훈을 담고 있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설교를 듣는 것보다 한 권의 도덕 교과서를 보는 것보다, 푸른 하늘과 별과 그리고 나무와 숲과 들꽃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선생의 삶도 그렇고, 선생의 작품도 그렇다.
인간만이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한 포기의 나무와 꽃도 끊임없이 시달리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억척같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며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기만의 빛깔로 세상을 밝혀주고 있다는 것이다.
선생은 자기 자신도 그렇지만, 서럽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한 평생을 살고 있는 참으로 특이한 작가이다.
슬픈 동화처럼···. 그에게만 유별나게 그런 상황이 빚어졌을까.
아니면 그의 눈에는 서러운 사람들의 모습만 보이고 그의 귀에는 억울한 사연들만 들렸을까. 그래서 선생의 문학은 자신에게와 마찬가지로 서럽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꿈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마치 동화를 쓰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듯한 선생의 작품과 삶과 문학을 담은 책이 가슴을 적신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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