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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어너더 데이'를 봤다.

예전 같으면 뻔한 도식적인 영화라 생각하여 안 봤을 것인데 작년 말부터 시작된 이 영화에 대한 논쟁 때문에 호기심으로 보게 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냉전체제의 논리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과 한국에 대한 인식이 격하되어 있다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점들이 통일연대의 보이콧운동을 불러 일으켰고 연일 신문 방송을 통해서 고교생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런데 필자가 염려하는 것은 하나의 시각으로 재단했을 때 다른 많은 면을 놓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사실 항시 영웅적인 주인공이 필요한 할리우드 영화(특히 007시리즈)는 선과 악의 이분법 속에서 영웅과 대적할 적을 찾아왔다.

그들이 이제 핵문제로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북한을 적으로 상정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보인다.

이 문제가 단지 외면적으로 보이는 문제라면 '007 어너더 데이'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한 문제점은 백인 우월주의다.

영화전편에서 제임스 본드와 맞서는 북한의 문 대령은 전쟁의 야심을 품고 자신이 죽은 것처럼 속이고 행방을 감춘다.

그리고 영화 속에 다시 등장한 것은 유전자 수술을 통해 변신한 백만장자인 멋진 백인 남성이다.

또한 그의 심복으로 분한 한국계 배우인 릭 윤 역시 신분위장이라는 위장된 방법을 쓰나 결국 백인이 되고자하는 동양인이다.

아직도 백인 그리고 남성이 사회에서 모든 이들이 되고자하는 욕망의 기호로 나오는 것을 보고 이 영화가 얼마나 화려하고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든 간에 영화내용에서는 아직도 구태연한 이데올로기를 답습하고 있는 영화로 인식되어진다.

한국에 대한 인식 수준에 있어서 문제가 된 북한 군인들의 얼룩무늬 전투복, 산발적인 남한 말씨, 동해안에서의 서핑, 동남아시아 풍의 사찰, 그리고 아직도 소가 경작하는 남한 농촌 장면 등은 의도된 왜곡수준까지는 못 가고 작품의 디테일을 떨어뜨리는 정도로 보인다.

아무튼 '007 어너더 데이'는 할말이 꽤 있는 영화다.

박철웅 가야대교수·연극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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