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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안락한 쉼터,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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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시작될 무렵 친구의 집에 난로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경을 오라는 친구의 성화 속에서 나는 몇 차례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정원 모퉁이에 쌓여져 있을 장작더미, 불을 피우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나 실내를 어슬렁거릴 검은 연기조차 정겹다.

무엇보다 아늑한 공간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멎도록 부러워지는 것이다.

때때로 그들은 장작을 넣고 재가 되어 사라지는 불 티를 바라보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리라.

나의 부러움은 열악한 교육 환경으로 이어지면서 곧 우울해지고 말았다.

책을 읽는 환경만큼은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

형식적으로 갖춰진 책과 딱딱한 분위기는 결코 아이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정부나 학부모는 공교육 강화를 외치면서도 학교와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부끄러울 정도로 소홀하다.

사교육의 과열로 부작용도 만만찮은데 도서관의 선진화는 왜 이토록 더딘 걸까.

학교에서 도서실은 어린이들이 가장 편하게 드나들고 싶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

소파에 눕거나 기대기도 하며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 외국의 어느 학교 도서실 풍경이 잊혀지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 전용 도서관은 친구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도서관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면 PC방을 기웃거리고 시내를 배회하는 아이들은 줄어들 것이다.

몇 년 전 부산에 있는 김성종 추리문학관에 다녀온 뒤 줄곧 그런 도서관 하나쯤 곁에 두기를 꿈꾸었다.

아담한 건물에 갇혀 책 읽는 즐거움에 빠졌고 간간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했다.

간단한 차도 주문해서 마실 수 있는 그곳에는 강요된 침묵이 아니라 따뜻한 고요와 편안함이 감돌았다.

그 이후 자주 부산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것은 오랜 세월 쏟아왔던 한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도서관이 우리들 가까이에 벗처럼 있는 세상. 그 땐 책을 읽자는 캠페인이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들리지 않을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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