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 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럽습니다

아직도 뽑아 내지 못한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김종철 '고백성사'

시인은 하나의 못이라도 단순한 기능적 도구로 표상하지 않는다.

일상적 삶 속에 살아있는 존재 현상을 만나듯이 만나고 있다.

그것은 인간 삶의 존재 문제와 결부되어 삶의 아픔이나 회한 그리고 양심의 문제와 결부된다.

우리의 가슴엔 언제나 뽑지 못한 못 하나 남아 있다.

하물며 아내가 못 본 체 해 준 자국까지 합치면 또 얼마나 많은 것인지.

권기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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