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밤잠 재우고 나서야 쇼핑할 틈이 나는데, 새벽배송 없으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요."
택배노동자의 야간 근무로 인한 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심야배송 전면 제한' 방안을 꺼내든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주장에 일반 소비자들과 현장 배송 기사들과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쿠팡이 직영체계로 운영하는 새벽배송 시스템이 전면 중단될 경우 워킹맘,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지방 소비자 등 실질적인 이용층의 삶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심야시간(자정~오전 5시) 배송을 전면 제한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전국 소비자 10명 중 9명 이상은 "앞으로도 새벽배송을 계속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택배노조의 일방적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서비스를 없애자'는 접근이 아닌 '서비스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30일, 사단법인 '소비자와 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 새벽배송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전국 소비자 1000명 중 98.9%가 "앞으로도 계속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만약 새벽배송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소비자는 9.4%에 불과했다.
'이용자의 압도적 지지'를 입증하듯, 응답자의 89%는 새벽배송을 '매우 긍정적인 서비스'로 평가했고, 배송이 중단될 경우 가장 불편한 영역으로 '장보기'(38.3%)를 꼽았다.
이어 '일상생활'(28.0%), '여가생활'(14.3%), '육아 및 자녀 학업지원'(14.2%)이 뒤를 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28.1%는 워킹맘(직장맘)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새벽배송이 중단될 경우 장보기(32.1%), 육아와 자녀 학업 지원(21.6%)에서 가장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기저귀나 분유 같은 아기용품은 물론이고, 학교 준비물이나 조식 재료까지 대부분 새벽배송에 의존하고 있다"며 "퇴근 후 마트를 갈 시간도, 여유도 없다. 대체방안도 없이 단순히 없애겠다는 건 생활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최근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새벽시간대 배송을 '금지'하는 방안을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반발 여론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 사례다.
택배노조는 "심야시간 근무는 택배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친다"며 "오전 0시부터 5시 사이의 배송은 전면 금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쿠팡 등 현장 물류기업들과 직영 배송기사들로 구성된 '쿠팡친구 노조'는 "오히려 현재의 시스템이 물류의 효율과 노동시간 분산에 기여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쿠팡친구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난 10년간 새벽배송을 통해 국민들의 아침 식탁과 아이들의 등굣길을 책임져왔다"며 "새벽배송은 쿠팡 물류의 생명줄이자, 이제는 국민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단순히 배송기사만 일찍 출근하는 게 아니다. 간선차 운전자, 물류센터 집하 담당자, 분류 인력, 상하차 직원 등 수천 명의 야간 근무가 있어야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오전 5시에 배송을 시작하라는 것은 오히려 더 이른 새벽에 전체 인력을 가동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야배송을 없애면 기존 야간 물량이 모두 낮 시간대로 몰리게 되며, 배송 지연·교통 혼잡·엘리베이터 민원 등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며 "이런 복합적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사안의 민감성과 복잡성을 인정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새벽배송 중단 여부는 단순한 노동환경 개선 차원을 넘는 문제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가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전면 금지를 통해 해결될 문제인지는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심야배송의 중단은 단지 서비스 이용의 불편을 넘어 고용 구조와 지역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을 포함한 국내 새벽배송 시스템은 신선식품 유통의 핵심 경쟁력이자, 중소 농가의 출하 루트이기도 하다"며 "이 서비스가 중단되면 소비자의 피해는 물론, 유통업계 전반의 혁신 동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쿠팡은 새벽배송을 위해 수도권과 주요 거점 도시에 24시간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고, 자체 배송 기사인 '쿠팡친구'를 직고용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일반 택배사와 달리 하청구조가 아닌 직접 고용을 기반으로 한 구조로, 노동시간과 환경 개선 면에서도 모범적인 모델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새벽배송 제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는 연말까지 쿠팡, 컬리,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사들과 협의를 거쳐 새벽배송에 대한 규제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오전 0시~5시 사이 배송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의 편익은 외면한 채 정치적 입장만 앞세우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면 금지 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며,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며 "새벽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필수 소비재 공급망의 일환으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벽배송이라는 '생활형 인프라'를 두고 벌어지는 이번 논쟁은 단순히 택배노동자의 건강권이나 기업의 수익 문제를 넘어, 실제 국민 생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우도에서 어린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이유라씨는 "쿠팡의 배송이 없으면 오지에서는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이라며 "쿠팡의 선진 물류시스템덕에 육아 난이도가 확 내려간다는 맘카페 회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 출산율이 증가폭을 보이는 것에 새벽배송 덕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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