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이 대구지하철 참사를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면?
19일 오후 남구 대명동 우봉미술전시관(053-622-6280). 한국화가 그룹인 '마브릭스' 회원 20여명은 전시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한지에 붓질을 하거나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이들은 가장 자신있는 기법과 재료로 사고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전동차 문을 긁던 손톱자국, 뜨거운 불기둥, 영혼을 달나라로 실어줄 두꺼비, 아비규환의 전동차 내부, 중앙로역 기둥에 쓰여진 글....
화가 김소연(33)씨는 "참사를 떠올리며 선을 긋는데 제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면서 "다시는 그런 사고가 없길 빌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프로 작가답게 사실적이고 설명적인 그림보다는 상징적이고 절제된 방식을 훨씬 선호했다.
권은숙의 '무제'는 불에 태운 수천장의 종이를 배열하는 방식으로 절망적인 의식의 흐름을 표현했고, 김명숙의 '2·18현장'은 먹에 담근 종이를 바닥에 흩뿌려 전동차 내부의 처절한 상황을 재현했다.
박동현의 '자국'은 유리에 핏덩이와 손톱자국을 만들어 아비규환의 현장을 나타냈고, 제갈동환의 '헌화'는 고통스러운 죽음을 거쳐 하늘나라의 꽃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준일·김형석·김하균·박향순씨가 공동 제작한 '...'는 벽에 먹물 밴 종이와 두꺼비를 붙여 참사현장과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는 영혼을 담았고, 김소연의 '눈물'은 명확하지 않은 벽을 통해 삶과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김진혁(46·경북예고 교사)씨는 "회원들이 당초 성금을 모아 전달할 생각이었지만, 화가들의 특기를 살려 희생자를 기리는 방식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30일까지 계속된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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