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수방관 정부'사태 불러

운수노동자들의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과 산업계 마비사태와 관련, 파업 운송하역노조원들은 물론 재계와 일반 시민들까지 당국의 미온적 대처가 문제를 확대했다며 정부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주체인 운송하역노조와 화물연대 소속 운전기사들은 지난해부터 물류제도 개선과 생존권 보장 등을 주장하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3월부터는 파업 등 실력행사 돌입을 예고하며 정부측에 협상을 요구했으나 업무 관할권을 따지는 등 무성의한 대처로 일관, 성의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운송하역노조 정호희 사무처장은 "12개 요구사항 대부분의 해결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가 오히려 화주 등 재계와 해당 업계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는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운송하역노조 포항지부의 파업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파업 노조원들은 포스코와 INI스틸.동국제강 등 공단내 주요 업체들의 출입문을 봉쇄한 뒤 달리는 차에 뛰어 올라 일부 정상운행을 하던 기사들에게 강압적인 자세로 운행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지켜보던 경찰은 이같은 행위마저도 방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저한 불법이 아니면 공권력 사용을 자제하고 사후 조치를 원칙으로 하라는 신노사정책 때문에 다소 미온적으로 대처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경찰 간부는 "업체의 출입문을 봉쇄하고 물류를 차단하는 등의 행위가 '현저한 불법'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재계와 시민들의 비난강도는 더 높다.

포항공단내 한 중소 철강업체 대표 박모(50)씨는 "제품을 다 만들어 놓고도 싣고 나가지 못해 납기를 어기게 됐고 이로인해 회사의 존립마저 우려해야 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방관만 하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세금낼 필요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임수만(66.포항시 동해면)씨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무슨 의도냐"며 "두 손 놓은 듯한 공권력의 무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모든 물가는 다 올랐는데 화물운송료는 10년째 제자리 걸음이고 운전기사들의 실제 월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상황을 방치한 것도 무능정책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며 "오래전부터 예견된 사태를 정부가 애써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역경제 전체가 마비상태에 이르렀는데도 포항시와 경북도 등 자치단체와 경찰은 행정력과 공권력에 약할 수밖에 없는 기업에게만 대화에 응하라거나 물리적 충돌방지를 이유로 출하자제를 요구, 조직 내부에서마저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흘러 나오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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