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약령시축제가 열리고 있는 중구 남성로 약전골목은 약초와 한약 냄새, 흥겨운 노랫가락으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어버이날이면서 석가탄신일이 겹친 8일 오후 날씨마저 활짝 개 약전골목은 자녀와 노부모를 모시고 나온 가족들과 현장학습 나온 학생들로 붐볐다.
무료 한방진료코너, 약초꽃동산, 약차 파는 곳은 단연 인기.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 한방진료코너. 설문지 작성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체질을 판별해 주는 곳과 한의사의 진료를 받고 침을 맞는 곳 모두 '야전병원'처럼 북새통이다.
신원규(70.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다리와 허리가 욱신거려 침을 맞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노인들뿐 아니다.
몸에 열이 많아 평소 한방진료를 받고 싶었다는 40대 남자, 애를 놓고 난 뒤 손이 저리다는 이선자(34.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 등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이날 하루 300여명이 진료를 받았다.
도로에 마련된 약초동산. 목단피, 박하, 홍화 등 각종 약초들은 저마다 효능, 복용방법, 식물명 등이 기록된 '자기소개서'를 달고 있었다.
약초 이름깨나 아는 노인층이나 중년들은 약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현장 학습을 나온 학생들은 캠코더나 카메라로 약초를 찍으며 깨알같은 글씨로 약초들의 설명을 노트에 옮겼다.
동국대 한의예과 2학년 김민호군은 식물도감과 약초도감을 비교해 가며 손과 코로 약초들의 특징을 익히며 "요즘 본초학 강의를 듣고 있는데 학교에 있는 약초표본에 없는 약초들이 많아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이 학생처럼 개별적으로 오는 학생들은 물론 한방관련 학과 대학생들의 단체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9, 10일에는 목포대, 중부대, 원광대의 관련 학과 학생 500여명이 이곳을 찾을 예정이라고 한다.
상설 약령시도매시장 근처의 한 천막에는 중년의 문인화가가 약초를 소재로한 문인화를 즉석에서 그려 사람들에게 공짜로 나눠 주고 있으며 하회마을의 장승조각가 김종흥씨도 체험장을 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약차를 맛볼 수 있는 곳도 즐비하다.
대보탕 한사발에 1천원. 특유의 쌉싸래한 맛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줄을 이었다.
한방감주와 수삼생즙, 홍삼즙을 파는 곳과 약술 시식코너도 인기. 골목 좌우의 약재사들도 집에서 간단히 달여 먹을 수 있는 약재와 한방건강식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약령시도매시장 안에 있는 약령시전시관에는 대구약령시의 역사와 각종 약재와 기구가 전시돼 있어 시민들은 물론 학생들의 학습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매일신문사 방향으로 조금 걷다보면 또 다른 지역의 전문대학 식품영양과, 식품조리과 학생들이 마련한 한방식품 시식 및 판매 부스가 있다.
인삼을 넣어 만든 김치, 쑥과 홍화로 만든 쿠키, 대추와 인삼을 가미한 빵, 한약재를 원료로 한 식.음료 등이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시키고 있다.
지방자치제, 민선단체장 시대가 시작되면서 축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러나 정작 축제다운 축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약령시축제는 달랐다.
3년 연속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게 아닐까.
김흥준 대구시 보건과 한의약진흥담당자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야간행사로 탈춤, 품바, 약장수, 퓨전타악 공연 등을 많이 보강했다"며 "행사기간 동안 25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는 11일까지 이어진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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