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세수한 듯 눈부신 초록의 계절 5월은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고 여유롭게 만든다.
감사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로 '새로운 나'(New life)를 찾아 분주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어느 날, 퉁퉁 부은 얼굴에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 2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상담소를 찾아왔다.
아기를 출산한지 한달 되었다는 그 여성은 직장동료로 연애 결혼했던 남편이 결혼 직후부터 사무실 여직원과 만나는 눈치더니 점점 외박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때로 불평을 하면 폭력으로 대응하며 말을 못하게 하였고, 심지어 임신 중에도 폭행을 당한 적이 있었으며, 출산할 때조차 며칠째 외박을 했다고 하였다.
그러던 며칠 전 그 여직원이 전화를 하여 남편과 좋아하는 사이라며 좋아하는 사람끼리 살게 해달라고 하더라는 것. 10여일 만에 들어온 남편에게 따졌더니 다시 주먹이 날아오며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싫으면 나가든지…" 하고 다시 나가버렸다.
계속되는 가정폭력에 외도까지…. 주위에서 모두 이혼을 권유하지만 이제 겨우 한달 된 아기를 보면 쉽게 마음을 결정할 수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스웨터를 입고 흐느끼는 내담자의 애처로운 모습에서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를 느낀 것은 비단 나뿐이었을까. 남편과의 관계보다 먼저 내담자의 건강과 젖을 먹는 아기의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말에 그녀는 잠시 힘을 얻는 듯 했다.
생활환경도 다르고 전혀 모르는 남남으로 20, 30년 이상 살아온 타인들이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이라는 틀 안에 함께 살아가는데서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전혀 모르는 타인에서 이 세상의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어 일생을 함께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문제로 말미암아 때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헤어질 때도 있으니 결혼과 부부사이란 사람의 여러 만남 중 가장 신비한 부분이기도 한 것이다.
가정문제의 여러가지 해결 방안 중 이혼은 경우에 따라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고 최악의 선택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가정문제들은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 대화와 양보를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이혼을 선택하기보다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 보는 것은 소중한 삶의 지혜이다.
상담소가 실시하는 '흔들리는 가정 행복찾기'를 위한 대화기법훈련을 안내하며, 주위에서 얻을 수 있는 관련 정보들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해보라는 권유에 그녀는 새로운 마음의 결단을 하는 듯 했다.
5월의 아름다운 향기가 부부문제로 고통받는 가정들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꽃으로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손기순(대구 여성폭력통합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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