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지방정부의 최우선 과제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가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견한다.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자본이 최우선이었으며 돈만 있으면 지식도 사고 사람을 모아 공장을 건설하고 상품을 만들어 부(富)를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전개될 지식기반 경제체제에서는 지식이 부를 지배하는 사회로 무엇보다 먼저 지식이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돈을 모아 자본을 형성하고 부를 창출해 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레스터 서로우의 말을 빌린다면 지식기반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개인, 기업, 지역, 국가의 유일한 생존 전략은 지식의 창출 및 장악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사회 각 부문에 큰 변화를 요구하게 되고 특히 대학은 새로운 지식 창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느 때 보다도 큰 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역 발전의 핵심은 지역 대학의 지식창출 능력 여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지방 대학이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수용하기에는 너무도 열악한 형편에 놓여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은 갈수록 심화되고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지방 대학은 대학원은커녕 학부의 정원도 채우지 못한 채 고사(枯死) 일보 직전에 몰려 있다.

지방대학을 살려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지식 창출의 중심에 세우기 위해 지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더 이상 중앙 정부에 기대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선 지역의 대학을 살리는 일에 지방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지역 대학이 중심이 되어 그 지역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창출하고, 창출된 지식이 지역 기업에 의해 자연스럽게 장악돼 부를 창출케 함으로써 지역이 발전하는 지식기반형 지역발전 전략이 지방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지역 대학을 그 지역이 필요로 하는 지식 창출 기관으로 육성할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이 대학 재정이 학생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다.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으로 지식기반사회 건설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의 주립대학시스템을 예로 보면, 각 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지 않는다.

50% 이상을 주 정부가 담당하고 나머지는 연방정부의 지원, 각종 기금이자와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사립대학의 경우도 대학 재정의 25%는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담당한다.

따라서 주 정부 및 의회는 지역 내의 각 대학에 대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는 앞서 지적한 대로 지역 발전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지역 대학의 끊임없는 지식창출과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에 있다는 확고한 믿음에서이다.

새 정부가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지방대 육성을 그 핵심 과제로 채택하고 있음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턱없이 부족한 지방재원이기는 하나 지역 대학을 살리기 위해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식으로 지역의 모든 대학을 골고루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선 역량을 갖춘 대학을 선별,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몇 개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전략은 가능하다고 본다.

중앙 정부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방 정부, 대학, 지역 기업의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지방 정부는 우선적으로 대학에 투자하고, 대학은 지역 기업이 요구하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필요한 인재를 양성 공급하며, 지역 기업은 창출된 지식을 인수 장악하여 부를 창출하고 세금을 통해 지방 정부를 살찌우는 새로운 산-학-관 협력관계를 만드는 길만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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