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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풂의 즐거움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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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가 도울 차례인 걸 깨달았지요".

대구 월성주공 2단지 영구임대 아파트 서순자(59)씨는 요즘 처음 맛보는 베풂의 즐거움에 빠져 있다고 했다.

아버지.남편이 없는 모자가정 어머니들의 자조(自助)모임 '한마음 산악회' 회원으로서 이웃 봉사도 겸하고 있는 것.

"남편 없이 애들 키우려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이 모임에 와서야 친언니.친동생 같은 이웃들을 만났습니다". 회원은 모자가정 어머니 15명을 포함한 65명. 회원 대부분은 빌딩 청소원, 자동차 부품사 생산직, 파출부, 보모 등 일로 생계를 꾸려 가는 사람들이다.

서씨의 환한 웃음 뒤엔 대부분의 모자가정이 겪어온 힘든 인생유전이 있었다.

연탄 가게를 하던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뜬 뒤 직접 연탄 리어카를 끌어야 했다.

집집마다 100장씩 200장씩, 어떤 날은 하루 1천장이나 배달하느라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했다.

그때 이웃들은 일부러 그 작은 가게를 찾아 주거나 대신 연탄을 날라 줌으로써 서씨를 도왔다.

영구임대 아파트에 입주한 뒤엔 복지관의 도움이 이어졌다.

그럭저럭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기고 나서야, 서씨는 보답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몇년 전 활동이 뜸해진 모자가정 어머니들과 다시 모임을 결성해 활동을 재개했다.

작년 6월 결성된 모임은 그 기념으로 연 경로잔치를 시작으로 동네 주민잔치, 어버이날 행사 등에 홀쭉한 주머니를 털었다.

"어버이날 꽃을 꽂아 드렸더니 어르신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아! 이 맛에 봉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요즘도 몸이 고단하긴 마찬가지. 서씨는 매일 오전 6시30분이면 경산의 한 가정으로 보모일을 나가야 하지만 늘 콧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동료 회원 박혜영(58)씨도 "회원들이 풍물을 배워 울려 드렸더니 어르신들이 그렇게 기뻐하실 수 없었다"며 흐뭇해 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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