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성 중율리 안평중 신평분교

경북도내에서 가장 오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의성군 신평면 중율리. 이 곳에도 학교는 있다.

안평중 신평분교장. 현재 전교생 12명으로 경북에서 가장 작은 규모. 내년에는 7명이 졸업하고 1명이 입학해 6명으로 줄어들어 전국에서 가장 작은 미니학교가 된다.

그러나 대규모 학교보다 더 알찬 교육과 특색 있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큰 꿈을 키워주는 일은 멈춤 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신평분교장은 1학년생 4명과 2학년생 1명, 3학년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사는 모두 9명. 그러다 보니 교사와 학생들은 마치 대도시 과외처럼 수업을 한다.V

2학년생은 개인과외인 셈. 공부하는 분위기는 가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선생님이라기보다는 부모, 이모, 삼촌처럼 따르는 학생들과 또 그렇게 대해 주는 교사들이 하나의 가족으로 배움을 주고받는 것.

1학년 김동율군은 "선생님이 아니라 아버지와 삼촌 같은 생각이 들어 학교 생활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방과후 여러 활동도 있어 학교에선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도시 학생들이 문화적 혜택은 많이 받겠지만 이런 학교생활들은 느껴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 학교는 고민에 빠졌지만, 학생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학교의 더욱 큰 자랑거리는 동아리 활동. 전교생 12명이 야생화 탐구반, 모형항공기반, 한지공예반 등에 소속돼 내일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것. 학생들의 열정과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어우러져 수백명이 다니는 학교 못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야생화 탐구반은 교실 뒤 화단에 풀꽃들을 심어 성장과정을 관찰하고 있다.

'애기똥풀' '개불알' '닭의 장풀' '참비름' 등 이름마저 생소한 꽃들이다.

학생들은 한사람이 하나씩의 야생화를 맡아 계절별로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 기록하는 한편 사진촬영해 교실과 학교 홈페이지를 꾸미고 있다.

오는 11월 학교 축제 때 '우리 고장의 야생화 사계'라는 이름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박재철 교무부장은 "풀꽃들의 생육 관찰은 학생들에게 자연 학습 뿐만 아니라 애향심도 심어주는 또다른 인성 교육과정"이라고 했다.

모형항공기반의 경우 놀라울 정도의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일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5회 공군참모총장배 대회에서 3학년 고종열·박창민군이 장려상, 한은정양이 입선을 받았다.

앞서 열린 경북 북부 예선에서는 고무동력기 부문에서 박창민군이 금상, 한은정양이 동상, 김동율군이 입선을 수상하고 글라이더 부문에서 고종열군이 동상을 받는 등 참가한 6명 가운데 5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모형항공기반의 가장 큰 목표는 오는 9월 있을 항공대 주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 이를 위해 매일 방과 후 전교생이 과학실에 모여 글라이더 제작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만들기와 날리기에 매달리는 등 하늘을 향한 꿈을 만들어가고 있다.

박창민군은 "공군 조종사가 돼 하늘을 나는 게 희망"이라고 했다.

유영종 지도교사는 "경북에서 가장 작은 벽지학교이지만 학생들에게 기초과학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이끌고 있다"며 "대회에 참가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신감도 갖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을 가르쳐 왔지만 이 학교 만큼 애정이 가고 재미를 느껴본 학교는 아직 없었다"고 했다.

"경찰이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민중의 지팡이가 되겠다"고 장래 희망을 밝힌 학생회장 한은정양은 "학교 규모가 작고 여건은 어렵지만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사랑이 꿈을 키워가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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