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벗겨서 졸업시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얼굴을 잃어버린 남매(본지 5월22일자 보도) 중 오빠인 민수군이 재학 중인 대구 조일공고 선생님의 이 말씀이 듣는 이를 가슴 북받치게 했습니다.
담임 최영배(47) 선생님도 여태껏 민수의 맨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상태가 얼마나 심한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입학 때 민수의 아버지로부터 부탁을 받고는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민수를 위해 혼자 밥 먹을 수 있도록 보건실에 커튼을 쳐 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 배려만 해 왔다고 했습니다.
속으로만 민수의 딱한 학교 생활을 늘 안타까워 했고, 소풍을 안가려고 할 때는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김영욱(55)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 학생인데 가만 있는 우리 대신 밖에서 먼저 아이 얼굴을 고쳐 놓겠다고 나서다니 고맙기 그지 없다"고 했습니다.
매일신문에 보도되고도 민수 이야기인 줄 몰랐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름이 가명으로 돼 있었기때문이라고요.
그러나 점차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일공고에서는 너나 없이 팔을 걷어붙였다고 합니다.
80여명의 선생님들이 458만원을 모으고, 1천여명의 전교생들이 257만6천원을 만들었으며, 이 학교 법인 이사장이기도 한 춘곡장학회 이재섭 회장이 300만원을 흔쾌히 내놓으셨습니다.
합계 1천15만6천원의 수술비가 2주만에 추가로 마련된 것입니다.
담임 선생님은 "얘기를 교무회의 때 전하자 모두 공감하신 듯 어느 선생님도 말씀이 없으셨다"고 했습니다.
같은 반 실장 박우석(16)군은 "민수가 하루빨리 수술을 마쳐 맨얼굴로 졸업사진을 함께 찍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려고 민수를 불렀으나 음료수조차 마시지 못하는 걸 알고 놀랐다"며 "수술이 잘 돼서 음료수를 시원하게 마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스크는 벗겨서 졸업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뜻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
선생님들, 친구들, 춘곡장학회 등에서 마련한 돈은 '아름다운 함께살기' 제작팀으로 전달됐고, 일반 독자분들이 보내신 성금 중 일부를 보태 1천20만원을 만들어 안심제1복지관이 만들어 관리하는 수술비 통장으로 송금했습니다.
그 통장으로는 지난 한 주 사이 박선순씨가 50만원, 안순영씨가 30만원, 이름 밝히기를 거절하신 독자 2명이 합계 20만원을 보내는 등 100만원이 또 입금됐다고 합니다.
이로써 지금까지 적립된 수술비는 1천960만5천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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