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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주말밤 공연장 마다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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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를 넘은 시간. 여느때 같으면 정적 속에 빠져들 시간이지만 주말 도시는 잠들기에 아직 이르다.

시간을 착각하게 만드는 헤드라이트 불빛과 도시를 채우는 생기들.

도시의 주말 밤은 활기에 넘친다.

2.3차로 이어지던 술자리, 그리고 자정까지 북적이던 동성로. 예전 같으면 이런 '평일의 피곤'으로 주말 밤 도시는 일찍 잠들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주 5일 근무 확산과 여가를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정착되면서 주말은 발뻗고 자는 날이 아니라 즐겨야 되는 날이 되었다.

특히 무더위가 다가오면서 주말 밤은 더욱 열기를 얻고 있다.

△공연도 주말 밤에 해야=주말 밤 공연장을 찾는 인구가 늘고 있다.

두류공원 옆 코오롱 야외음악당의 경우 7월 주말 공연이 빼곡히 잡혀 있다.

U대회 성공기원 공연과 시립무용단의 한여름밤의 춤공연, 그리고 콘서트밴드 연주회 등이 잇따라 열릴 예정.

대구시 김상훈 문화행정과장은 "야외 공연장은 주말 밤이 되면 산책을 나오는 인근 주민들로 항상 붐빈다"며 "비인기 공연이라도 손쉽게 몇천명의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공연은 오후 7, 8시 정도에 시작되지만 주변 시민들의 소음 항의로 대다수 공연은 11시 이전에 끝내야 하는 것이 아쉬움. 그러나 내달 31일부터 4일간 테마별 공연과 영화상영 등이 이어지는 팔공산 '여름축제'는 밤 8, 9시에 시작, 새벽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또 U대회 기간동안인 8월21일부터 조직위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오후 8시부터 자동차 극장을 이용한 '영화 체험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소규모 공연장들도 주말 밤은 바쁘다.

삼덕동에 위치한 재즈 카페 '더 코너'는 주말 밤이 되면 재즈 음악을 즐기려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다른 곳은 손님이 끊기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 10시를 넘어서면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해 새벽 1, 2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업소측의 설명. 또 손님 대다수는 음료수나 와인, 맥주 몇잔을 마시며 음악을 즐긴다.

술이 아니라 주말 밤을 음악으로 즐기려는 이들이 찾는 셈이다.

△심야 영화는 당연=연인들에게 있어 주말 늦은 밤 영화 한편은 이제 자연스런 일과중 하나. 따라서 극장가도 금.토요일 심야시간대는 놓칠 수 없는 황금 시간대로 자리잡고 있다.

대구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상영관이 있는 북구 침산동 메가박스. 20, 30여분 단위로 쉼없이 영화가 시작되고 동시 수용인원이 2천500명에 이르지만 주말에 심야 영화를 보려면 서둘러 예약을 해야한다.

상영 시간을 기준으로 자정 이전 시작 프로는 대부분 만원이다.

자연히 주말 밤에는 자정이 가까워도 창구에는 표를 사려는 이들로 줄지어 서있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마지막 영화가 시작되는 새벽 1시에도 좌석 판매량이 50%를 넘고 있어 7월부터는 상영 시간을 새벽 2, 3시까지로 늘릴 계획"이라며 "영화 흥행에 따라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주말 심야가 인기 시간대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할인점 2곳이 몰려있는 메가박스 주변 도로는 특히 주말 야구가 있는 날이면 심야시간까지 차량들로 북적인다.

지난 2월에 개관한 인근 롯데시네마도 9개의 상영관이 있지만 금요일과 토요일 밤은 항상 관객들로 넘친다.

이곳뿐 아니라 대다수 극장들은 여름 주말 밤 특수를 겨냥해 내달부터는 심야 상영 시간을 늘려 잡을 예정이다.

△땀도 밤에 흘려야 제 맛=주말 심야 운동도 자연스런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주말 밤 앞산과 팔공산을 가면 심야 등산을 즐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산악인 최희곤씨(58)은 "정상에 올라서서 보는 야경과 오르는 동안 즐길 수 있는 밤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주말 밤 등산을 즐기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자외선을 피할 수 있고 조용한 밤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것도 밤 등산의 장점. 최씨는 "앞산과 팔공산은 오후 8시쯤 산에 올라 자정을 넘어 내려오는 부부나 가족들도 많다"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장도 주말이 되면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려는 이들로 꼬리를 문다.

특히 더위가 찾아온 최근에는 밤 8.9시를 넘어서면 인라인뿐 아니라 조깅과 배드민턴 등을 통해 평일 밀린 운동을 즐기려는 이들이 계속 찾아온다.

이제 도시의 주말은 더 이상 시끄러운 밤이 아니라 문화가 있는 밤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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