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삼 열풍 '글쎄요'

최근들어 산삼을 캤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판매 사이트도 수십개나 생겨났고, 관련 여행상품까지 등장했다.

갑작스런 산삼 열풍, 어떻게 돼 가는 것일까?

◇때 아닌 산삼 열풍

산삼을 무더기로 발견했다는 전화가 얼마 전 매일신문사로 걸려 왔다.

의성에서 원사(原絲) 도매업을 한다는 배동석(50)씨가 영덕 팔각산 등반 중 40여 뿌리를 캤다는 것. 이런 전화는 근래들어 갑자기 늘었다.

한자리에서 수십 뿌리, 많게는 100뿌리 이상 발견했다는 사람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심지어는 산삼이 있는 곳을 봐 뒀으니 함께 채취하러 가자는 제보까지 있을 정도.

인터넷에는 70여개의 산삼 판매사이트가 개설돼 있다.

서점에는 '나도 산삼을 캘 수 있다'는 책이 등장했고, 여행사에서는 '산삼투어'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관련 단체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마니 문화생활 체험캠프'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기도 하다.

대구 약전골목에는 산삼 전문점이 생겨났다.

그러나 산삼 실제 거래는 그렇게 많지않다고 약전골목 관계자들이 전했다.

ㄷ인삼사 조민호(42)씨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 산삼을 팔러 오는 사람이 있지만 장뇌삼인 경우가 많고 진품 거래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간혹 가족이 중병에 걸려 산삼을 찾는 사람이 있지만 진품 구하기가 어려워 원매자로 등록만 시켜 놓고 좋은 삼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는 것.

장뇌삼도 거래가 희박하기는 마찬가지여서 ㄱ인삼사 김모(58)씨는 다만 "명절 때면 20만~30만원선의 장뇌삼이나 몇만원 짜리 중국 장뇌삼이 선물용으로 더러 팔린다"고 했다.

◇산삼이 그렇게 많이 날까?

ㅊ한약방 이정석(56)씨는 "아주 깊은 산 속이나 절벽 같이 인적 없고 동물 접근도 어려운 곳에서는 산삼이 대량 서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으나 조민호씨는 "10~20 뿌리는 한꺼번에 발견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산삼을 전문적으로 감정한다는 ㅎ산삼 양승록(39)씨도 고개를 저었다.

새나 짐승에 의해 옮겨진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다시 씨를 맺어 퍼뜨리는 과정을 거쳐야 산삼이 되는 만큼 연생(年生)이 다양한 10~20 뿌리는 한 자리서 발견될 수 있지만 특히 비슷한 연생의 산삼 무더기 발견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양씨는 "산삼이라고 들고 온 것이 실제로는 장뇌삼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장뇌삼은 산삼 종자를 인위적으로 뿌려 자란 것. 장뇌삼 대량 발견에 대해 ㅊ한약방 이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산림청에서 헬기로 씨앗을 대량 살포했다는 설이 있다"고 했다.

◇감정은 믿을 수 있나?

일반인들은 장뇌삼과 산삼을 구분하기 어렵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산삼 감정에 이견이 많다.

요즘은 미국산이나 중국산 산삼까지 밀반입돼 산삼 시장을 더 어지럽히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또 이들에 따르면 무엇보다 큰 한계는 산삼 감정기관 공인제도가 없다는 것. 몇몇 감정 단체가 있지만 이들도 법인 등록만 했을 뿐 특별한 공인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감정 자체도 쉽잖다고 이들은 말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진짜 산삼 여부를 명확히 가려내거나 연생을 제대로 측정해 내기 어렵다는 것. ㄱ인삼사 김씨는 "전문가들 감정에도 적게는 몇 년에서 많게는 수십년까지 연생에 차이가 발생해 결국 그 가게의 신용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결국 감정은 전적으로 개인 식견에 의존하는 것이고, 그 결과 발급될 수 있는 증명도 기껏해야 '감정 소견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몇몇 단체에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잔류 농약 미세 검사나 유전자 검사를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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