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고와라, 코피나는 노을의 그리움도

옥잠(玉簪)같은 강물의 서러운 뒷덜미도

그 사이 퍼질러앉은 절망의 덧버선도

척추 크게 휘어져도 강물아 나도 한번

그리운 반쪽만으로 너의 세월 가고 싶은데

일없이 물살이나 긁다 부서지는 마음 아는지

이진 '유배지의 노래' 중

어떤 까닭인지 어떤 상황인지 모르나 지금 이 시인은 절해고도의 유배지에 떨어져 있다.

그리운 이 모두 떠난 절체절명의 고독 속에서는 지난 시절 서러운 뒷덜미도 절망의 덧버선도 다시 한번 반쪽만이라도 맞이하고 싶은 황홀한 서러움이 된다.

그런데 그 바람도 덧없는 물살되어 기슭에 하염없이 부서지고 있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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