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송이 꽃이 필까.

한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안 보이는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안 들리는 곳에서도 새가 운다고

아직 노래가 되지 않은 마음들이 살을 깁지만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근심의 거미줄을 깔고 앉아 노래한다.

이기철 〈여기에 우리 머물러〉부분

시에 대한 애정이 꾸준한 시인이다.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을 아주 작은 것들에서부터 찾고 있는 것이 돋보이는 시이다.

안 보이는 나라, 안 들리는 곳에 대한 동경과 미련을 버리고 이제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살면서 얻은 상처들을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신선한 비유들로 더불어 나타나 있다.

서정윤(시인·영신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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