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들 고가품은 구경만...

U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관광객들로 대구가 모처럼 관광쇼핑 특수를 맞고 있다.

특히 일요일이던 24일엔 많은 외국인들이 거리를 누벼, 시민들은 "국제대회 개최 도시라는 실감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동성로는 '외국인 거리'

24일 동성로 일대는 삼삼오오 시내 구경 겸 쇼핑에 나선 외국인들로 활기를 띠었다.

이날 오후 1시쯤 대구백화점을 찾은 일본인 구라모토(28)씨는 20여분 가량 꼼꼼히 살핀 뒤 22만원짜리 MP플레이어를 샀다.

자국 여자축구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휴가까지 내고 왔다는 그는 한국산 MP플레이어 성능이 일제보다 낫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선수단과 서포터스 회원들은 함께 도심 구경에 나섰다.

칼세노프 살센(44) 키르기스스탄 선수단장은 "여러가지 사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한국 온 기념으로 한국 전통공예품을 살 생각"이라고 웃었다.

영국인 관광객 리차드(34) 크리스티나(28·여)씨 부부는 "아기자기한 옷들이 영국보다 많아 20만원 어치나 샀다"며 "점심 때 생전 처음 먹은 된장국 맛이 고소하고 독특해 일품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백화점 앞 관광정보센터 김상완(27)씨는 "대회 개막 후 동성로는 외국인 거리를 방불케 정도"라며 "상당수가 일본인·미국인이지만 돈을 많이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구백화점 심상각(35)씨는 "중동이나 중국인들이 생활용품을 많이 살 뿐 그밖의 외국인들은 그냥 구경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동성로 상가번영회 김무웅(60) 회장도 "선수들이 학생이다 보니 장사가 그다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는 일반 외국 관광객들도 동성로를 더 많이 찾도록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VIP들도 쇼핑 대열에

대회 본부호텔인 인터불고에 머무는 각국 귀빈 및 FISU 관계자들도 할인점과 시장까지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행사에 참석하느라 옷을 많이 사고, 맥주·와인 등도 적잖이 산다는 것. 한 통역 수행원은 "대개가 외국여행 다경험자여서 대구에선 옷이 싸다는 것을 알고 평상복을 꽤 많이 샀다"고 전했다.

본부호텔에서 가까운 까르푸 동촌점에도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아, 안건회 지점장은 "국산 캔맥주 판매량이 20여%나 늘었고, 국산 전통주·생수도 많이 팔린다"며 "유럽에선 선탠오일이 비싸다며 대용으로 국산 베이비오일을 많이 사 가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전했다.

특히 유럽 VIP들은 종합유통단지 전자관을 찾아 전자품을 사기도 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산 체코인 프란티섹 드보르작(62) FISU 집행위원은 "가격이 유럽의 절반이고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며 흡족해 했다.

◇누가 어디서 뭘 살까?

유럽인들은 우리 민속품과 전자품, 일본인은 한국 음식을 위해 지갑을 자주 여는 반면, 미국 선수들은 가까이에 편의점을 두고도 몇백원이라도 아끼겠다며 대형할인점까지 간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선수촌 관광정보센터 이정미(여·26·영어통역)씨는 "쇼핑에 대해 묻는 외국인은 대부분 유럽인이고 동남아·미국·캐나다인을 별로 없다"며 "주로 전자품이나 옷을 원해 동성로나 종합유통단지를 소개한다"고 했다.

김명신(여·31·일어통역)씨는 "일본인들은 '야키니꾸'(소고기구이)의 원조인 한국 불고기를 가장 좋아한다"며, "돈은 상관 없으니 맛있는 곳만 가르쳐 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신정현(여·26·중국어통역)씨는 "사스 여파인지 중국인들은 김치를 즐겨 찾고, 하나하나 따로 값을 치러야 하는 자국과 달리 반찬이 푸짐한 한국 식단에 반색한다"고 했다.

유통단지 전자관 변원종(38)씨는 개막 이틀 전부터 선수들이 탄 셔틀버스가 몰려 하루 1천명 이상이 다녀간다며, 한 40대 터키 임원은 값이 절반이라며 자동차용 DVD 등을 1천달러 어치 이상 구입한 적도 있다고 했다.

변씨는 "주로 영국·터키·체코 선수들이 자동차용 DVD, 디지털 카메라 등을 사가나 중국인·일본인 손님은 못봤다"고도 했다.

선수촌과의 사이에 셔틀버스가 다니는 동아쇼핑에서는 2만~5만원대 드라이어·면도기, 20만원 이하의 휴대용 라디오, MP3, CDP가 많이 팔린다고 했다.

황경진 대리는 "주로 유럽쪽 손님들이 많으나 고가품은 잘 사지 않는다"고 전했다.

약령시 전시관 박찬조(33) 과장은 "독일·아일랜드·미국인들은 한약을 신비해 하며 인삼차·홍삼차 등 전통차와 한약재로 만든 방향제를 많이 사간다"고 전했다.

박씨는 "특히 일본인들은 단골"이라고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전통문양이 새겨진 차 받침, 호랑이·새 모양이 조각된 편지칼, 미니병풍, 전통엽서 등 몇천원에서 비싸야 5만원 정도 하는 소품들을 유럽·일본인들이 많이 사간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관련기사--▶매일신문 '2003 대구U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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