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를 알리지 말고 즐겁게 돌아갔다고 추후 전하라'.
평생을 아동문학과 우리말 바로쓰기운동에 헌신해 왔던 한국 아동문학계의 거목이자 지역출신 원로문인 이오덕(78)씨가 유족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25일 오전 7시쯤 충북 충주시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한 아동문학가 이오덕씨는 우리말글 지킴이로 더욱 유명했다.
1925년 경북 청송생인 그는 1944년 초등학교 교편을 잡아 평교사에서 교장까지 43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5공화국 말기인 1986년 2월 '전두환 정권에 시달리다 보니 그만 몸서리가 나서' 스스로 교직을 그만둔것으로 알려져 있다.
꼿꼿하고 타협하지 않은 그의 성품은 아동문학의 실명비평과 우리말글 지키기를 위한 실천에서 드러났다.
1983년 '한국 글쓰기 교육연구회'를 만든 고인은 '우리 문장 쓰기''우리글바로쓰기'등의 집필과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의 활동 등을 통해 우리말의 오용을 질책하고 한글전용 운동을 벌였다.
고인은 일제 식민기를 거치면서 겨레말이 망가졌고 이후 지식인들의 맹목적인 서구추구로 번역투의 글이 범람하면서 우리말이 크게 훼손됐다고 보았다.
우리말글을 살리는 것이 열등의식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주장했다.
아동문학가로서 고인은 1955년 동시 '진달래'를 '소년세계'에 발표했고 1971년 동아일보에 동화, 한국일보에 수필이 당선됐다.
한국아동문학상(2회)과 단재상(3회) 등을 수상했다.
특히 열등의식 등에 사로잡힌 나머지 아동문학이 삶과 동떨어진 '동심주의'로 흐르는 것을 나무랐다.
그러면서 고된 삶에 부딪혀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줄 수있는 생활동화의 영역을 개척하라고 촉구했다.
고인은 수준이 형편없는 동화들이 좋은 책으로 소개되는 것은 감언만 늘어놓는 아동문학 평론가들의 '주례사비평' 의 책임이라며 평론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호되게 질책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의 생활글을 모은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등과 수년간의 지병(신장염)을 잠시 떨치고 만년에 발표한 '문학의 길 교육의 길''어린이책 이야기'등은 그런 맥락에 닿아있다.
지병이 악화되자 4년여전 충북 충주시 신리면 광월리 농촌으로 들어가 큰아들 정우씨와 손자.증손자 등 4대가 함께 지내며 투병해왔다.
유족으로는 장남 정우(농업)씨 등 2남1녀가 있다.
빈소는 자택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7일로 예정된 가운데. 부고를 공개하지 말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유족측은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043-857-4777).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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