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풍 루사'참변'1년, 보은기념비 세워

31일(일)은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해 엄청난 수마가 할퀴고 간 지 1년째 되는 날.

수해복구가 빠르게 진척되면서 도로, 하천, 농지 등은 거의 정상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지만 수해민들이 입은 상처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해가 가장 심했던 김천시 지례면 주민들이 당시 수해복구에 나섰던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위해 이들의 이름을 새긴 기념비를 세우고 당시 자원봉사자들을 마을로 초청, 조촐한 잔치를 가질 계획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례면 주민들은 태풍 루사 1주년인 31일 오전 11시 면소재지 입구 감천 제방에서 자원봉사자를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과 피해 및 복구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태풍 루사 사진전, 농악 및 지신밟기 등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주민들이 이 행사를 계획한건 수해복구에 전국 2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지례면 일대를 찾아 구슬땀을 흘렸지만 당시 경황이 없어 고맙다는 인사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한게 안타까워 비록 늦었지만 고마움을 전하고 순수한 뜻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서다.

이날 묵묵히 수해복구를 도왔던 대구 일심산악회를 비롯 구미 삼성전자 직원, 로터리, 라이온스 등 단체 대표 및 개인 300여명이 초청돼 1년전 쓰라리고 힘들었던 기억들을 이젠 기쁜 마음으로 서로 나눌 계획.

행사를 주관한 지례면 농업경영인회 문홍연(45) 회장은 "봉사자들의 따뜻한 도움을 잊어버리고 사는게 너무 안타까워 기념비 건립을 계획했다"며 "건립비 2천500만원은 동료 회원을 비롯 지역유지 등이 십시일반 보탰고, 행사 진행 및 준비 등에 많은 면민들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동이로 들어붓는 것처럼 폭우가 쏟아져 키우던 돼지 1천여마리중 절반이 폐사하고 돈사가 무너져 한때 실의에 빠져 축산을 포기하려 했으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고난을 이겨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대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라는 내용의 비문을 지은 향토사학가 문재원(국사편찬위 사료조사위원)씨는 "지례면에는 주민들이 합심단결할 수 있는 구심점이 있어 이번 행사가 가능했다"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심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을 기리는 기념비 건립은 전국 처음"이라고 말했다.

맹봉준 지례면장은 "수해 아픔이 완전 치유된건 아니지만 재해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봉사자들의 고마운 뜻을 오랫동안 간직했음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한편 김천에는 지난해 8월31일 오후 4시쯤부터 시간당 72.5mm의 폭우가 하룻밤사이 무려 700여mm가 쏟아져 사망.실종 27명, 부상 15명의 인명피해와 주택 2천455가구 유실.침수, 농경지 1천449ha가 물에 잠겨 피해액이 4천856억여원에 달하는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었다.

특히 피해의 80% 정도가 지례 등 5개면 일대에 집중됐었다.

그리고 9월 한달동안 전국에서 자원봉사자 행렬이 이어져 800여개 단체에서 3만여명의 자원봉사자를 비롯 연 인원 88만6천여명이 응급복구에 팔을 걷어 붙쳤었고, 의료진도 2천100여명이 봉사했다.

생수.라면 등 구호물품도 8만6천700여점이 답지했다.

김상원 시청 건설교통국장은 "수해복구 대상 1천862건중 현재 9건을 제외한 1천853건을 완료해 공정율은 95%를 넘고 있으며 개량형 복구로 백년대계형 공사를 했다"고 밝혔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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