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우리 시대의 영웅

'갑'과 '을' 두 남자는 술을 마셨다.

'갑'은 몸이 허약했으나 술을 좋아한다.

'을'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마시면 1주일 정도 속이 뒤틀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은 그냥 분위기가 좋아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갑'이 주기가 오른 것을 '을'이 눈치챘다.

그 때까지 '을'은 멀쩡한 상태다.

'을'은 갑자기 술을 마셨다.

'을'은 왜 마시지 못하는 술을 갑자기 마셨을까? '갑'이 술을 더 이상 마시면 몸이 상할까 저어했기 때문이다.

'갑'을 위해 '을'은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셨던 것이다.

얼마 전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받기 위해서다.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익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 방법이 문제이다.

불편이야 차치하고 만약 그 때 서울로 급하게 호송되어야 할 환자가 있어 고속도로에 들어섰다가 서울로 가지 못하고 사망했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화물연대의 파업도 마찬가지다.

국가 경제력 손실뿐 아니라 파업의 장기화로 인해 연계된 다른 사업장이 문을 닫고 그 사업장에서 일을 하던 가장이 생계를 잇지 못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뻔한 일이다.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은 사람들 탓이라 할 것이다.

요즘은 남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만 내려고 할 뿐이다.

이웃은 없다.

오직 자신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항상 아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아무도 그 말을 곧이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므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도 있는데 과연 우리 주위에는 '을'과 같이 아름다운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안중근 의사는 '시조영웅혜 영웅시조'라고 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듬이여 영웅이 시대를 만드네' 라는 뜻이다.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시대의 영웅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전염병처럼 널리 퍼져서 더 이상 영웅이 아닐 때 우리 시대는 진정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돌이켜 현 세태의 모든 집단적, 개인적 이기주의를 생각해 볼 때 '을'은 분명 우리 시대의 영웅이며, 그러한 영웅들이 우리 시대를 만드는 주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종필 동명동부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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