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탈북동포들과 함께 하는 '나눔과 일치'

천주교 대구대교구 민족화해 후원회는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작은 초석을 놓는다는 마음으로 지난 2001년 7월 결성됐다.

780여명의 회원들은 신자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본적인 교육과 홍보 활동을 하면서 북한 동포 지원과 탈북 동포 돕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탈북 동포들의 대구지역 거주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원만하게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회원들은 탈북 동포들이 체제와 생활양식, 사고방식이 다른 남한 사회에서 잘 적응해 자유를 찾아 나설 때 갖고 있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들이 부딪히는 갖가지 어려움을 해소해주는데 노력하고 있다.

대구를 정착지로 택한 탈북 동포들에게 이 지역의 보수성과 배타성을 극복하고 지역민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회원들이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다.

탈북 동포들은 한국에 도착하면 탈북자들의 한국 사회 적응 교육기관인 경기도 하나원에서 2개월간 생활을 한다.

교육을 마친 탈북 동포들은 자신이 살고 싶은 지역을 택해 이주를 하는데 초기엔 대부분 수도권에 눌러 앉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당국에서 지방 이주를 적극 권유함에 따라 지방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탈북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구권에 살고 있는 탈북 동포들 중 민족화해 후원회와 줄이 닿아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60여명이다.

이들에 대해 후원회 임원과 도우미 회원들이 개별적인 친분을 맺어 그들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며 단체 회합을 주선해서 위로와 격려를 나누기도 한다.

민족화해 후원회는 정만진(회장.전언론인) 곽대영.김정옥(부회장)씨 등 회장단과 사무국(국장 이종수), 4개의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지원(위원장 류진춘.경북대 교수) 교육(신정훈.사업) 홍보(김재열.매일신문 부장) 전례(위원장 박우용.주부)로 나눠져 제각각 맡은 일을 추진하고 있다.

회원들은 탈북 동포들을 대상으로 사랑을 실천하는데 보람을 느끼는 한편으로 통일시대에 대비한 남북 공동생활을 미리 체험한다는 점을 작은 소득으로 생각한다.

대구에 살고있는 탈북 동포들은 극히 일부가 식당업 등으로 자활에 성공한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이 일용직이나 임시직으로 일하거나 일자리를 못잡아 놀고 있는 등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현실 적응도 쉽지 않지만 자존심도 강한 편이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학원에 나가 전문기술을 배우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정만진 후원회장은 "탈북 동포들에겐 큰 도움보다 우선 따뜻한 인정을 필요로 한다"며 회원들은 그런 쪽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50대 후반의 한 탈북 동포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대구에 정착하기 위해 내려왔으나 이틀만에 지병으로 숨져, 아무 연고도 없는 그를 위해 회원들이 2박3일 빈소를 지키고 장례를 치러 주었고 지난해말엔 탈북 청춘남녀끼리 처음 맺어진 결혼식을 회원들이 맡아 음식 마련에서 제주도 신혼여행까지 챙겨주기도 했다.

또 탈북 동포가 식당 등을 개업했을 때는 축하해주고 단골손님이 되어주는 것도 회원들의 몫이다.

이와 함께 몸이 아픈 탈북 동포들에게 병원을 안내해주고 치료비도 보조해주어 안정된 생활에 필요한 일자리 알선, 취업상담 등 각종민원처리도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후원회는 작년 2월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동포들을 초청해 1박2일 일정의 민박체험 행사를 실시했다.

교육 과정의 하나이긴 하지만 지방에서는 처음 실시된 것이다.

하나원 20기인 35명은 회원들의 안내로 시내 관광과 공장 견학 등을 하며 남한의 실상을 접하고 회원 가정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한국의 보통 가정을 처음으로 체험했다.

이 행사를 통해 남과 북의 이질감이 부딪치면서 이해하고 동화돼 가는 과정을 탈북 동포와 회원들이 서로 경험한 것이다.

이같은 후원회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대구대교구 산하 단식회가 북한 주민 돕기에 보태라며 한끼 굶기 운동을 벌여 모은 700여만원을 쾌척하는 등 신자들의 동참이 늘고 있다.

이상재 지도신부는 "탈북 동포를 돕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는 마음은 화톳불처럼 언제나 꺼지지 않는 불씨가 돼야 한다"고 회원들에게 늘 강조한다.

민족화해 후원회는 탈북 동포 정착 지원사업과 병행해 교구에서 내놓은 1천만원의 성금과 회원들의 회비로 확보된 기금 등을 합해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옥수수 등 먹을거리와 생필품 등 현물 보내기 운동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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