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것 가지고...'.
매주 1건 꼴로 새로운 어록(語錄)을 만들어내다시피 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최근에 했던 말씀의 하나다
그동안 갖가지 돌출발언이 나올때마다 주로 야당이나 언론의 화살만 맞아오던 대통령 '말씀'에 드디어 부하 공직자(광주고검 검사장)까지 공개적으로 토를 달고 나왔다.
현직 고검 검사장쯤 되는 수준의 고위공직자조차 "30여년 공직생활을 한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직언할 정도였으니 민초들로서야 '별것 아닌 것'과 '별것'의 차이를 헤아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처음 '전직 대통령 아들이 별것 아닌 것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발언이 나왔을때만 해도 '또 한번 럭비공이 튀었구나'하는 정도로 흘려들 들었다.
그러나 부하 공직자까지 나서서 '별것 아닌 것'에 대한 비판을 주저 않는 걸 보면서 지금의 갈등과 분쟁의 뿌리가 지도자들의 별것과 별것 아닌 것에 대한 가치전도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머리채를 끌어가며 치고받는 여당의 분열, 특정계파 인사 시비에 휩싸여 장관사퇴 요구로 번지는 문화계의 분열과 갈등, 장관 해임안을 둘러싼 야당과의 불화....
이 모든 갈등과 분열이 별것(특별나고 중요한 것)을 별것 아닌 것(하찮거나 일상적인 일)으로 보고 별것 아닌 것은 별것으로 잘못 보거나 알고도 거꾸로 보려는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직 대통령 아들들의 부패와 비리 성격과 내용은 그 어떤 논리에 비춰봐도 결코 별것 아닌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그것을 별것 아닌양 보았다.
별것과 별것 아닌 것에 대한 지적, 감성적, 철학적 분별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가 언론과 적대적 긴장관계를 끊임없이 강조해온 것도 자유민주국가의 언론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감시 하는 것은 그야말로 별것 아닌 일임에도 전쟁을 해야할 만한 엄청난 별난 것으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 총재 아들의 병역미필은 대선 내내 물고 늘어져야할 만큼 '별난 일'이고 3부자가 몽땅 병역미필자인 인물은 야당반대를 묵살해가면서 기어이 국영방송(KBS)사장자리에 앉히는 일은 '별것 아닌 것이어서' 였을까.
전국 국악계 교수들의 문화계 인사에서 공정성이 없었다며 장관퇴진을 요구하는 것 역시 별것 아닌 것 가지고 떠드는 수구세력의 반발이라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국악과 교수들만 별것 아닌 것을 별것으로 우기는 이상한 집단으로 내쳐버리기도 개운치 않다.
자칭 '국민의 힘'이라는 노 대통령 지지 그륩회원들이 백주대로에서 길 가는 보수인사들을 마구 폭행해도 보수단체가 시위했을때와는 달리 쓰다 달다 말도 없다.
백주의 집단 폭력행위도 보수세력에게 가해지는 것은 '별것 아닌일'로 생각하고 보수세력의 북핵 반대 시위는 북한 기분 거스르는 큰일 날만한 '별것'으로 봐서인가.
엉터리 번역으로 자국의 언론을 부패.오보집단 마냥 외국신문에다 동네방네 소문내서 나라 이미지를 흠집낸 국정홍보 책임자는 별것 아니라며 살려두고 말단만 징계하는 이상한 정권.
별것이 별것 아닌 것이 되고 그 반대가 반대로 되는 세상이 되기 시작하면 이기심과 독선과 궤변만이 넘치는 세상으로 변하게 된다.
조금만 수 틀리면 집단이든 개인이든 어거지와 패악으로 자신의 몫만 해결하려 드는 풍조가 곳곳에 번지고 있는 현실이 그런 세상임을 말해주고 있다.
지도자의 별것에 대한 가치기준이 모호하고 아집에 흐르면 모든 하부조직은 덩달아 별것과 별것 아닌것에 대해 아전인수식으로 어지러운 자세를 보이는 법이다.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임명권자를 자유롭게 해주는 신하의 길(道)이야말로 공인이 추구해야할 '별것' 임에도 의회 해임 결의 쪽만 별것 아닌 일 이라며 야당을 비난하고 버티는 행자부 장관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은 검찰 걱정 말고 정권만 깨끗하면 된다'고 한 고검장의 비판 처럼 언론도 대통령이 걱정안해도 독자가 알아서 하고 정권이 깨끗하면 꼬집어 쓰고 싶어도 쓸게 없어 안쓴다.
경제도 걱정말고 경제인에게 맡겨라. 정치꾼들이 뒷돈이나 안 뜯어가면 재벌 자살도 없고 경제는 저절로 된다.
추석 연휴 민심속으로 내려가거든 부디 별것 아닌 것에 집착하는 대신 서로서로 별것과 별것 아닌 것의 보편적 기준이 무엇인지나 터득하고 깨달아 온다면 올 추석 보름달은 우리모두에게 한결 밝고 커다란 희망의 빛으로 다가올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