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포스트U,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대구는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대구는 스스로의 힘에 놀랐다.

달구벌에서 펼쳐진 세계 대학생들의 대향연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직접적, 간접적, 혹은 잠재적 가치 운운하며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결산서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대구가 얻은 가장 큰 것은 희망이며, 그 희망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제 '유니버시아드 이후'(포스트U) 대구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렇다,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한 마당의 축제로 끝낼 것이 아니라 두 마당, 세 마당으로 이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좀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구는 유니버시아드를 통해 세계와 하나되고, 민족이 하나되는 꿈을 꾸었다.

대구는 세계 속으로 나아가고, 민족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사실 대구는 그 동안 자기 코가 석자라 민족과 세계로 눈 돌릴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대구는 마음도 닫혀 자꾸만 작아져갔다.

그렇다면 이번 유니버시아드를 통해 대구는 과연 얼마만큼 이 꿈을 이루었을까? 대구가 도달한 '세계화지수'와 '민족화지수'는 과연 얼마일까? 나는 이것이 경제적인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대구는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참가한 축제 마당 한가운데에 서서 우리 한국과 우리 대구를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이렇게 보여 주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우리가 세계를 보는 데에는 소홀했다.

세계에 우리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이번 기회에 세계를 보고 세계적 안목과 세계적 마인드를 갖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닐 것이다.

세계에 우리의 무엇을, 얼마만큼 보여주었는가도 한번 따져볼 문제이다.

몇 달에 걸쳐 풍성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였으며, 항상 텅 비던 객석이 꽉꽉 들어찬 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유니버시아드는 세계 대학생들의 마당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뜨거운 스포츠와 축제, 그리고 차분한 학술이 있어야 했다.

축제는 뜨겁긴 하지만 한마당으로 끝나 잊혀지기 십상이다.

우리 지역엔 대학들이 많다.

그들을 앞장 세워 다양한 학술문화 행사를 열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대학이나 청년 문화와 관계된 수많은 주제들을 다룰 수 있었을 것이며, 세계 각 나라와 지역의 문화 소개 프로그램이나 세계 여러 대학에 흩어져 있는 한국학 관련 학과 연합대회 같은 것도 생각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세계 대학생의 마당에 막상 대학은 빠져 있었으며, 축제만 있고 학술은 빠져 있었다.

다음으로 대구는 그 동안 가슴 벅차고 눈물겨운 민족 만남과 화합의 장면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 이번 유니버시아드를 통해 처음으로 직접 '북한'을 만나고 느낄 기회를 가졌다.

사실 나는 계속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조마조마하였다.

그것은 무슨 일이 터지는 것도 터지는 것이지만, 그 이후의 일에 더욱 마음 조렸던 것이다.

우려와 같이 일은 터졌으나, 우려와 같이 일이 전개되지는 않았다.

대구는 뜨거우면서도 의연하게 그들을 대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러한 대구를 대견해했고 마음 속 깊이 감사해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이 편하진 않다.

또 무슨 문제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다시 마음은 차갑게 식어져 원래대로 돌아가 버릴 것 같은 생각에서이다.

이러한 습관적 반복을 끊기 위해서는 단순히 민족감정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상호 이질성의 뿌리에 대한 이해나 역사적 이해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민족문학작가회의 대구지회가 '문학으로 이해하는 북한'이란 주제로 연 유니버시아드 기념 심포지엄이 눈에 띈다.

대구는 지금과 달리 일제강점기에는 좌파 계열의 문학 활동이나 민족.민중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학술행사가 열렸어도 좋을 법했다.

한마당 잔치는 끝났다.

그리고 모두들 성공적이었다고 자축한다.

이 마당에 고약한 심보에서 이와 같은 쓴 말을 한 것은 아니다

U대회 기간 중에도 그랬고, U대회 이후를 말하는 가운데서도 계속 빠트리고 있는 중요한 부분을 짚어보고자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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