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대형 공연과 지역 문화계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불기 시작한 대형 공연들은 100억원대가 투자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흥행 대박을 시작으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레 미제라블', '캣츠','시카고', '맘마미아'로 그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그에 뒤질세라 수십억을 투입한 대형 야외오페라 '투란도트', '아이다'가 흥행 대박을 기록하면서 우리 공연계는 현재 대형 공연의 신드롬에 빠져있다.

지역공연계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해 보다 많은 대형 공연들과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쉴 새 없이 들어온다.

뮤지컬 '시카고'와 '정명훈과 도쿄필'의 공연에 이어 '소프라노 홍혜경 독창회', 그리고 사상 첫 천막식 무대인 '빅 탑 시어터 시스템'의 대형 뮤지컬 '캣츠'와 '오페라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대형 공연과 세계적 공연의 러시는 우리 지역의 공연계로서는 반길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마니아들이나 시민들이 수준 놓은 공연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이런 분위기는 대구오페라 하우스 개관과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를 계기로 달라진 시민들의 문화의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며 고급문화의 대중화, 제2 문화도시로의 재도약을 가져다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다음으로 문화예술인들이 많은 지역이지만 대구문화발전에 이들의 역할은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수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게 사실이다.

음악회장에 음악인들이 거의 안보이고, 항상 제 밥그릇 챙기기만 급급했던 문화계의 풍토를 생각하면 문화인들의 각성과 함께 저급문화를 도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공연들은 입장권 가격이 고액이라 수 십 년 간 답보상태를 면치 못 하거나 초대권으로 전락하고만 공연의 티켓가격 현실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관행처럼 돼왔던 초대권문화와 형식적으로 열렸던 무료공연들은 시민들에게 외면당해 점차 사라질 것이며, 작품에 대한 책임성이 강조됨에 따라 안일한 자세로 만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공연은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심스러운 것은 이러한 호기를 이용해 한탕주의식 공연이 판칠까 두렵다.

납득하기 힘든 가격의 공연도 그것이요, 작품성을 무시하고 제목만 그럴싸한 사이비 공연들이 그것이다.

시민들에게는 구별하기 힘든 분야임을 이용해 재도약을 꿈꾸는 대구문화를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철저히 감시해야 할 의무도 시민들과 예술인에게 있다.

시민들은 예술을 올바로 볼 수 있는 눈과 지식을 키워야 하고 예술인들은 수준 높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는 새로운 시대가 온 셈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