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水害 속 공무원 집단 해외연수에 반발

WTO 농업협상과 관련 농민들이 분신 자살을 기도하고 태풍 피해로 전국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자치단체 공무원과 군의회 의원들이 잇따라 해외연수길에 올라 수해 농민들과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의성군 공무원 20명은 17일 9일간의 일정으로 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 배낭연수에 나섰다.

이같은 배낭연수에 소요되는 예산은 총 5천410만원으로 이중 70%(3천790만원)는 군비, 나머지 30%(1천620만원)은 자부담으로 편성됐다는 게 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같은 날 의성군의회 의원 5명과 공무원 2명 등 7명 역시 9박10일간의 일정으로 독일.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4개국 연수에 나섰는데 의원 1인당 연수비용이 357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태풍 피해를 입은 대다수 농민들과 농민단체들은 "WTO 농업협상에 반대해 농민들이 자살을 하고 온나라가 수해로 난리를 겪고 있는 마당에 해외연수가 웬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수해 농민 박달호(49.의성군 비안면)씨는 "수해로 가옥이 완전 침수돼 아직도 남의 집을 전전하고 있고, 일손이 없어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지 못해 수확을 포기하는 터에 공무원과 군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공무원이고 군의원인지 모르겠다"며 군청과 의회를 싸잡아 비난했다.

전농 의성군농민회는 "들녘에 쓰러진 벼를 보고도 세우지도 못한 채 눈물과 한숨으로 하루를 보내는 농민들과 함께 밤새워 대책을 논의해도 시간이 부족한 이 때에 공무원.군의원들이 해외에 나간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며 "죽음으로 항거한 이경해씨의 영전에 부끄럽지도 않은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의성군 관계자는 "태풍 피해가 적지 않았으나 사전에 계획된 일이고,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군정 발전을 위해 부득히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의성군 의회 역시 의성군청과 같은 해명을 내놓았다.

한편 태풍으로 200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의성군은 18일부터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함께 태풍 피해 정밀조사에 나섰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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