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통령의 '국민적 의식'

이라크 전투병 파병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현재 심경은 "어느쪽 결정을 하더라도 정말 나라가 시끄러울 것이므로", "정말로 골치아프다"(9.17 광주.전남언론인 합동인터뷰)는 한마디에 압축돼 있다.

파병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파병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각별히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언급처럼 '신중한 접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난 3월 이라크 파병때는 지지세력들의 거친 파병반대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국회국방위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파병여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앞장서서 파병여론을 이끌어 갔던 것과는 딴판이다.

대통령의 신중한 입장때문인지 유인태 정무수석은 지난 17일 "파병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파문이 일자 '취중발언'이라며 입을 닫았다.

유 수석은 "파병을 거부할 경우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노 대통령에 대한 국내지지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파병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다"고도 말했다.

유 수석의 파병반대발언이 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 등을 노린 정치적인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미국의 요청을 받은 이라크 전투병 파병결정은 국내정치적인 상황이 아니라 국익과 국가의 진로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주권국가라는 명분론이 아니라 국익 등을 고려한 철저한 현실적 판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의 국민적 인식'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적 인식'이 단순한 파병찬반에 대한 여론향배가 아니라 우리 국가가 지향해야할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한.미동맹관계 등 국익에 대한 냉철한 계산,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 및 아랍권과의 관계 등을 모두 고려한 것이라면, 노 대통령이 판단하는 국민적 인식의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서명수〈정치2부〉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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