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당시 시민이나 기관사 등의 방재교육 미비 때문에 희생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때문에 각종 재난.재해에 대비한 가상체험훈련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화재.지진 등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안전종합체험시설은 최근 개관한 서울시 종합방재센터 산하의 '시민 안전체험관' 단 1곳 뿐이다.
이같은 시설부족으로 학교교육은 물론 민방위훈련까지 대부분 '눈'으로 보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진.홍수.화재 등에 대비한 안전종합체험시설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방재 교육 '눈'이 아닌 '온몸'으로 한다=반면 일본은 각종 재난에 대비한 체험교육시설을 곳곳에 마련, 화재나 지진.태풍 등의 급박한 재해 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시민교육에 나서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운영하고 있는 안전학습 체험장이 160여곳에 이르며 도쿄에만 3곳이 있다.
이와 함께 정규교육과정에 안전체험교육이 포함돼 있고 교육법에도 안전교육이 명시돼 있다.
각급 학교에는 '학교 안전 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학부모들도 '엄마와 아이가 함께 배우는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찾은 동경의 이케부쿠로 체험관은 시민들의 방재에 관한 지식과 기술.행동력을 높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86년 문을 열었다.
2천300여평의 연면적에 9층짜리 단일건물인 이곳에는 지진체험실, 소화기 체험실, 연기 피난실, 구급코너, 입체영화관 등 5개의 체험관이 있어 재난 종류별로 가상체험이 가능하다.
지진의 공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지진체험관에서는 지진발생 때 흔들리는 상황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대처방법을 익힐 수 있다.
체험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방석이나 가방 등으로 머리를 가린 뒤,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고 가스밸브를 잠그는 훈련을 한다.
또 진도 7까지의 상황을 단계별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연기의 성질을 배우고 연기에서 피난할 때의 요령을 배울 수 있는 연기체험관은 재난때 발생하는 각종 상황을 재연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화재 때 발생하는 연기의 무서움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길이 25m의 복도와 5개의 문으로 이뤄진 이 체험관에 들어서면 하얀 연기가 지상 30㎝ 위로 자욱하게 깔리다 곧 정전이 된다.
체험자는 깜깜해진 실내에서 몸을 최대한 구부리고 한 손으로 벽과 문을 더듬어가며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연기가 피어오르는 불꺼진 꼬불꼬불한 미로를 돌아다니다 보면 몸에 해를 전혀 끼치지 않는 인공연기이고 가상체험인데도 '아, 이렇게 죽는구나'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
이곳 방재관의 안내원 스미코양은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가 자욱히 깔리면서 사람이 호흡할 수 있는 공기는 지표면에서 10㎝ 정도만 남게 된다"며 "따라서 방염후드를 이용하거나 손수건 등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최대한 몸을 낮춘 상태로 탈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탈출 때는 바닥과 벽을 더듬는 손의 위치를 절대로 바꿔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왼손과 오른속을 바꾸다보면 방향감각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
이밖에 소화기 체험실에서는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불꽃을 향해 소화기를 이용, 불을 꺼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인공호흡과 붕대 매는 법 등을 배우는 구급코너와 진도 7의 대지진이 도쿄 중심가를 덮친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입체영화관 등을 거치면서 재난에 대한 각종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또 방재관 입구에는 방염후드.비상조명등 등 비상물품의 사용방법을 소개하고 직접 판매하는 전시장도 마련돼 있다.
이케부쿠로 체험관 방재교육 담당인 야마모토씨는 "하루 1천여명이 이곳을 찾는다"며 "재해 발생 때 대처요령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해 상황이 실제 얼마나 위험한지를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체험관의 존재 이유다"고 말했다.
◇과거의 경험을 미래의 힘으로 =일본은 실제 발생한 재난도 살아 있는 좋은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고베시는 지난 1995년 발생한 고베 대지진의 피해상황과 경험을 후세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위해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는 고베 대지진 발생 직후부터 부흥 사업이 진행중인 현재까지의 모습을 박력있는 영상으로 보여주고 재난 피해자들로부터 제공받은 귀중한 자료도 소개하고 있다.
지진 발생으로 붕괴된 빌딩과 고속도로의 모습을 대형 영상을 통해 소개할 뿐만 아니라 지진 직후 파괴된 거리의 모습을 대형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또 지진피해를 직접 입은 사람들이 출연해 자신의 체험담을 육성과 함께 비디오로 관람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이밖에 방재 정보 컨테이너.방재정보 사이트.방재 워크숍 등을 함께 운영, 현재 발생중인 재해 상황은 물론 시민과 행정당국의 노력 등 재해와 방재에 관련된 최첨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과 방재센터 교육담당 미야자와씨는 "앞으로 방재 관련 인재 육성과 조사 연구에 나설 계획"이라며 "실제 재해 발생 때는 재해 관련 전문가를 해당지역에 파견하여 전문적인 조언과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호쿠단초 진재 기념공원' 역시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의 재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곳. 자연의 위협을 눈앞에 보여주는 노지마 단층을 그대로 보존.전시한 이곳은 살아있는 교재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등 학술적인 가치까지 인정받고 있다.
관람객들은 고베 대지진 당시 만들어진 140m의 단층을 직접 눈으로 보고 걸으면서 복잡한 단층운동을 3D스코프와 안내원들의 설명으로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