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나 행정자치부장관이 왔다가면 뭐하노. 아무런 피해 보상도 없고 구경하러 왔나. 들어오지 마세요!"
23일 태풍 피해 실태조사에 나선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국감위원 5명이 바위돌과 토사가 덮쳐 큰 피해를 입은 달성공단 에스케이텍스(대표 심충보)에 갔다가 '생색내기 실태조사'라며 반발하는 이 회사 임원에게 공장 출입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나라당 신현태(국감 반장), 백승홍, 손희정 의원 등 국감위원들과 산업자원부 김종갑 차관보 등이 회사에 도착한 것은 이날 오전 11시10분쯤.
위원들이 공장에 들어가려 하자 이 회사의 정현분(41·여) 상무는 "실질적인 피해 보상도 없이 높은 분들이 왔다가기만 한다.
그냥 왔다 갈 거면 옷 버리지말고 그냥 가세요"라고 쏘아붙이며 회사 마당에서 이들을 가로막았다.
정씨는 "직원들이 100원, 200원 건지려고 흙범벅이 된 천원짜리 섬유원단을 씻고 있는데 도리어 복구 분위기만 해치고 우리를 더 실의에 빠지게 한다"고 항변했다.
10여분간 옥신각신끝에 정씨가 "산업체에 대해서도 재해 보상을 약속하면 들어가도 좋다"고 하자 당황한 표정의 위원들이 "관련 법 개정을 해서라도 일반 사업체에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해 공장 출입이 겨우 '허용'됐다.
수마 현장을 둘러본 의원들이 거듭 "정부가 반대하더라도 이번 정기국회내 자연재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자 정씨는 "재해 보상 약속이 꼭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이 돌아간 후 정씨는 "공장 침수로 제직기계 70여대, 섬유원단, 완제품 등이 파손 또는 유실돼 20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는데 일반 사업체는 재해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정말 막막하다"며 "섬유 업계가 불황인 상황에서 이번 태풍은 짐을 지고 가는데 돌덩이를 더 얹는 꼴"이라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정씨는 또 "연리 3% 무담보로 정부에서 돈을 빌려 주겠다고 하는데 공장 가동이 언제 재개될 지 모르는 중소업체로서는 매달 이자 부담만 될 뿐"이라며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도 높은 분들은 구체적인 지원 대책없이 사진이나 찍고 생색용 행차를 해 참다못해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서기자 사회1부 kbs@imaeil.com
사진:에스케이텍스 정현분 상무(왼쪽)가 신현태 국감반장(가운데) 등 의원들에게 피해 자료를 제시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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