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공대 재료공학과 이문호(49) 교수. 그는 얼핏 보면 '괴짜' 학자같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논리가 정연한 과학자이다.
그의 학문적 편력은 아무도 못말린다.
서울대 공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게다가 분체.센서재료.센서시스템에서 광공학으로 연구분야를 옮겨다녔다.
그 뿐인가. 성(性)에서 풍수(風水).주역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인 학문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상천외'라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그러나 그의 지난 자취는 철저히 과학적이다.
이 교수는 이미 2~3년전 공대 교수로는 뜻밖에도 '현대의 성과학(Sexology)'이란 교양과목을 개설해 한학기 수강신청 1천명의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면서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다.
그러더니 '공학박사가 말하는 풍수과학 이야기'란 풍수책을 엮어내 또 주위를 놀라게 했다.
부친의 묘터를 잡으면서 지관(地官)이 사용하는 나침반을 보고 '수맥'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이 교수는 "수맥은 지하에 흐르는 물이 아니라, 지자기(地磁氣)의 분포가 일정치 않아 일어나는 교란현상"임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자부한다.
이 저서는 영남대에 개설된 풍수지리학 석사과정의 교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자기 교란(수맥) 관련 국내외 특허 20개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비시추.비접촉 지질 탐사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 초에는 느닷없이 '한국 역사를 뒤흔들었던 여성들'이란 책을 펴냈다.
여기서 신사임당은 우리가 알고있던 기존 정서와는 다른 현모양처로, 온달장군을 키운 평강공주는 부왕과 맞서 싸운 당당한 여성으로, 어우동은 조선시대 최대의 자유부인으로 등장한다.
그가 개설한 '성과학' 강좌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유를 알 만하다.
이 교수가 가장 최근 출간한 책이 '펭슈이(風水) 사이언스'이다.
그는 이 책에서 "여러분의 집은 건강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건강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답한다.
풍수의 기본개념과 추구하는 근본사상을 과학적으로 풀어썼기 때문에 '풍수과학'이 된 것이다.
그동안 전국 곳곳의 산과 강.마을을 찾아 다니며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한 자료들을 토대로 역은 책으로 일어.영어판 번역 출간도 앞두고 있다.
옛 집터는 물론 아파트와 빌라.복합상가 등 건강한 집과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이 교수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과학적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최근 또 사고(?)를 쳤다.
기존 개념을 뛰어넘는 자기장 측정센서를 개발한 것이다.
공항검색대를 통과할 때 몸속에 감춘 100달러짜리 지폐까지 추적할 수 있는 고기능 센서로, 기존의 모든 기술을 능가하는 제품이라고 한다.
당연히 테러방지에 비상이 걸린 미국 정보기관의 주목을 받아 올들어 태평양을 뻔질나게 넘나들었다.
이와관련한 원천기술 국제특허도 3개나 확보하고 있다.
그는 이를 '엄청난 프로젝트'라며 웃는다.
요즘에는 또 새로운 제어이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것만 나오면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가까운 과거로 현재를 조절할 수 있는' 상상외의 에너지 절약기술로, 놀랍게도 동양사상인 주역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 교수의 생각과 연구분야는 이렇게 복잡다양하다.
그러나 그의 끊임없는 연구와 출판활동을 하나로 꿰뚫는 맥은 '과학의 생활화'이다.
그는 천상 과학자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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