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레저 365-불타는 계곡 속타는 추정

목덜미에 감도는 선선한 바람이 산내음을 그립게 하는 가을이다.

이맘 때면 사람들은 저마다 발길 머물 곳을 찾아 여행을 준비한다.

단풍을 따라나서는 여행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런 설렘을 알기나 한듯 멀리 설악으로부터 단풍소식이 들려온다.

대청봉에서 동해와 내륙지방을 향해 뻗은 산골짜기 곳곳을 울긋불긋하게 물들인 단풍이 눈에 어린다.

속리산.덕유산.주왕산을 거쳐 시월 하순에는 지리산.팔공산과 저 멀리 바다 건너 한라산까지 붉게 물들이리라.

뭐니뭐니해도 단풍철 사람이 끊이지 않는 곳은 내장산이다.

온 산을 덮은 단풍나무 군락이 곱게 물들면 전국 제일의 경치를 뽐내면서 병풍처럼 둘러친 봉우리들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특히 내장산 입구 단풍터널의 장관과 추령재를 넘어 백양사로 가는 고갯길의 단풍은 보는 이들의 심장을 멎게 한다.

대구 근교에서는 해동명산의 하나인 가야산국립공원의 단풍이 좋다.

가야산 입구에서 법보사찰로 이름난 해인사까지 이르는 홍류동계곡은 단풍이 진해 계곡물까지 붉게 보인다.

송림 사이로 기암괴석에 부딪치며 내는 물소리가 귀를 먹게해 '갓과 신만 남겨두고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 선생의 전설이 단풍잎과 함께 흐르고 있다.

삼신산의 하나인 지리산 피아골의 단풍도 곱다.

흔히 단풍에는 삼홍(三紅)이 있다고 했다.

온 산을 불태울 듯이 물들인 단풍이 골짜기의 맑은 물에 비치는 모습이 수홍(水紅)이며, 이를 구경하려고 몰려드는 사람 물결이 인홍(人紅)이오, 산을 피같이 붉게 물들인 아름다움을 산홍(山紅)이다.

굳이 하나를 더하자면 어린시절 책장 속에 고이 간직한 단풍잎을 그리며 추억을 떠올리는 마음 속의 단풍을 심홍(心紅)이라 하겠다.

단풍도 자연과 인간의 조화 속에서 그 의미를 되새기며 조용히 내면의 세계를 돌아볼 때만이 진정 아름답다.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

약간 두터운 외투라도 준비해 올 가을 단풍이 다 사그라지기 전에 함께 길 떠날 수 있다면….

이희도 (주)우방관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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