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우리 것의 아름다움

억새가 휘날리는 산야의 정경이 마음을 사로잡는 요즈음, 이렇게 또 한 해가 바삐 달려가고 있다는 걸 느끼면 희한하게도 늘 대하던 풍광이나 물건이나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나라, 우리네 모든 것들이 점점 귀하게 여겨진다.

여태껏 우리 문화에 대해서는 지천으로 대할 수 있으니까 별 관심도 없이 하찮게 여기며 외국의 문물에 눈길을 돌렸었다.

하지만 나날이 조금씩 우리 것들이 더 좋아져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그런 내 마음을 사로잡으며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절절히 깨우쳐준 책이 있다.

최순우 선생의 한국미 사랑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이다.

평생을 박물관에 몸담으며 우리의 문화유산에 묻어난 한국미를 연구하여 얼굴마저도 한국적 조형미를 닮아버린 듯한 혜곡 선생의 혼이 담긴 책이다.

깊은 철학적 안목과 아름다움을 보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글을 대하면서 비로소 나도 우리 것의 아름다움 찾기에 눈이 뜨이게 되었다.

그는 달빛 노니는 창살, 추녀 끝의 소방울 소리, 연둣빛 무순, 이처럼 바로 곁에 다가온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만인 앞에 쏟아내어 느끼게 하였다.

옛 그림과 도자기, 예술인들과의 정분에 이르기까지 낱낱이 설명을 해놓고 해박한 지식을 전해주며 우리 문화를 아름답게 꽃피워 놓았다.

그 아름다움이란 한국인의 생활양식에서 우러난 무리하지 않는 아름다움, 자연스런 아름다움, 소박한 아름다움, 호젓한 아름다움, 그리움이 깃든 아름다움, 수다스럽지 않은 아름다움, 그리고 이런 아름다움 속을 고요히 누비고 지나가는 익살의 아름다움이라며 예찬했다.

오늘따라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예전엔 첫추위를 앞둔 이맘때쯤엔 문마다 새로 창호지를 바르고 문풍지도 달았는데 문고리 옆에 두 겹으로 바를 땐 마른 단풍잎이나 잘 말린 국화꽃을 붙여 넣었었다.

아주 작은 그 일에서도 결코 요란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이 배어있었던 게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럴수록 지극히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애써 키워나가며 보존해야 할 것이다.

김경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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