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판(銅板)본 '팔만대장경' 만든다

국보 제32호 경남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 동판(銅板)으로 제작돼 영구 보존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 대장경판전에 보관중인 총 8만1천258장의 경판은 보존상의 어려움으로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목재의 제한적 수명을 감안해 영구 보존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해인사 주지 세민(世敏) 스님은 "대장경 동판제작비 150억원, 법당신축비 50억원 등 모두 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오는 2005년 초쯤 동경판 제작을 완성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이에 앞서 해인사측은 금속공예가 등 각계 전문가들을 불러 내구성과 보존성, 복원성, 인경(印經) 편의성 등을 3개월 간 검토한 끝에 동경판 모형을 확정했다.

수명이 1만년에서 2만년에 이르는 반영구적 인청동(燐靑銅 : 0.03∼0.35%의 인과 주석의 합금으로 산화물이 거의 함유되지 않은 동)으로 동경판을 제작한다는 것. 인청동으로 만든 경판은 색상이 실물에 가까워 마치 목판을 보는 듯하다고 해인사측은 설명했다.

동경판은 동판 위에 필름을 붙인 다음 글자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화학적 방법으로 부식시켜 제작한다. 따라서 양각 형태를 띠게되며 내구성을 고려해 동판에 일절 땜질을 하지 않기로 했다.

동경판이 완성되면 기존 나무 경판이 보존상 이유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것과 달리 연중 공개되고 인경이나 각종 행사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번 동경판 제작 때는 일본 신수대장경과 중국 대장경에는 있으나 팔만대장경에는 누락된 지장보살본 원경과 반야경 등 주요 경전을 포함시키고 원효, 의상을 비롯해 고려조까지 역대 조사들의 어록 등을 새로 첨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려대장경연구소에서 밝혀진 이채자는 표준체로 통일한 한자 글꼴로 제작한다.

주지 세민 스님은 "우리 문화유산의 정수인 대장경을 다시 복원하고 불교문헌을 총 집대성하는 대불사인 만큼 불자는 물론 종교를 초월해 전 국민의 동참을 희망한다"고 했다.

해인사측은 동경판 제작 참여자의 이름을 동판 마구리 부분에 각인하며 가정이나 기업에서 신행(信行)을 위해 보관할 수 있는 보급판도 같은 크기로 제작할 방침이다.

추진위원회(055-934-3105)는 동경판이 완성되면 해인사 일주문 앞 성보박물관 일대 6천600여㎡의 부지에 건립되는 신행.문화도량 내 새판전법당에 보관·전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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