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선비정신을 일깨우자

경상북도 북부지역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네 고향이 선비의 고장임을 자랑스러워 한다.

한두 곳도 아닌 여러 고장에서 이렇게 자랑하는 선비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고 있을까?

학식과 인품을 갖춘 지식인에 대한 호칭인 선비. 우리 조상들이 추구해 온 그 선비의 유형은 다양했다고 할 수 있다.

학문적 성향으로 볼 때 유학에 깊이 들어간 도덕지사(道德志士)나 도학지사(道學志士), 유사(儒士)등이 있었다.

또 문학에 밝은 선비들, 즉 능문지사(能文志士)와 사장지사(詞章志士), 문학지사(文學志士)가 있었으며 그 행적을 통해 볼 때 벼슬 길에 나선 선비가 있었는가 하면 재야에 파묻혀 산 선비도 있었다.

산림에 조용히 지내면서 복잡한 세상일을 잊고 살아가는 산림처사(山林處士), 속세를 떠나 깊은 산속에 은거하는 암혈지사(巖穴志士), 조정에 나가 벼슬을 하지만 염간자수(廉簡自守)하는 선비들인 명류(名流), 충효 절의를 지킨 충의지사(忠義志士)….

어떤 유형의 선비든 모름지기 선비가 거동하면 반드시 예(禮)를 생각하고, 어떤 일을 행동으로 옮기면 의(義)에 합당한 지 아닌 지를 먼저 생각했다.

시리(時利)를 찾아다니지 않고 말보다는 실행에 여유를 가져야 하며, 사유(四維) 즉 예(禮)·의(義)·염(廉)·치(恥)를 숭상하되 특히 염치(廉恥)를 소중히 여겨 왔다.

선비정신은 정신적 가치가 사그라지고 물질적 탐욕과 일신의 영달만이 판치는, 결코 남의 이익보다 내 이익만을 좇아 이전투구하는 암울한 사회를 단호히 배격해 왔다.

염치가 있는 사회, 요즘 보도를 접하면서 거의 매일 생각하는 것이 염치다.

우리 사회에서 염치가 사라져 버린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염치로 함축시켜 볼 수 있는 이 선비정신이다.

아무리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염치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의를 먼저 생각하고 정의를 위해 싸우다 죽음을 당할지언정 몸을 욕되게 하지 않아야 한다.

절개와 지조를 꺾거나 굽히지 않도록 이제라도 뜻을 굳건히 세워야 한다.

민초들은 자신들을 이끌어주는 사회 지도자들에게 진정한 선비정신을 품고 선비의 길을 바로 걸어 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일부는 무슨 케케묵은 소리냐고 할지 몰라도 현대 사회의 디지털 문화가 제 아무리 세상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이 하나같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는 선비와 선비정신은 갈수록 빛을 더욱 발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 콩을 반으로 쪼개 나눠 먹을 지언정 결코 염치를 버리지 않았던 우리의 선비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선비정신은 이제 시대를 떠나 우리 모두의 삶의 지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류인희(봉화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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