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 대구 법조계는(1)-변호사 비리

사법제도 개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법개혁위원회가 28일 공식 출범한 가운데 서울지역 변호사들의 비리사건마저 터져나와 법조계가 요동치고 있다.

2005년 법률시장 개방, 사법연수생의 폭발적인 증가, 판.검사의 위상 변화 등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법조계의 현실을 짚어본다.

서울에서 변호사 비리가 터져나왔지만 대구지역 법조계에도 서울보다 정도는 크게 약하겠지만 브로커 고용, 조건부 계약 등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임 사건은 적은데 변호사 숫자는 많고, 그런데도 해마다 개업 변호사가 10여명씩 나오다 보니 경쟁에서 밀려난 일부 변호사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

▲늘어나는 변호사에 비해 수임 건수는 너무 적다=대구지방변호사회가 집계한 변호사 1인당 평균 수임건수는 7건. 매월 6, 7건 정도 수임을 해야 정상적으로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는데 한달에 3, 4건도 수임하지 못하는 변호사가 전체의 10%에 이르고 있다.

대구.경북에만 매년 10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개업을 하면서 모두 303명이나 돼 지나친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더욱이 매년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형사사건의 상당수가 국선 변호인에게 돌아가면서 마치 '수임 전쟁'을 방불케하는 현실에서는 비리 근절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변호사는 "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생 중 1백명이 아무런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실업자가 될 정도로 업계 불황이 만성화돼 있다"면서 "변호사의 사회적 공익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변호사 진출의 다각화와 활용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구의 경우 불.탈법 사례가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게 법조계 주변의 대체적인 의견. 대구지방변호사회의 한 관계자는 "보수적이고 연고를 중시하는 지역 분위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변호사의 수가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고 말했다.

▲숙지지 않는 법조비리=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중 30~40명이 브로커를 고용하거나 브로커에게 사건을 수임하면서 수임료의 일부를 떼어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는 게 법조계 주변의 공공연한 얘기다.

전체의 10%가 넘는 변호사들이 변호사법에 금지된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 의뢰인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

한 법조계 인사는 "일부 변호사는 적은 월급을 주면서 사건수임에 대한 사례금 조건으로 사무장을 채용하거나, 아예 '외근 사무장'이라는 이름으로 월급없는 브로커를 고용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들 변호사는 브로커에게 사건 선임료를 뜻하는 속칭 '앞방' 명목으로 수임료의 20~30%를 주고, 의뢰인으로부터 사례비를 받을 경우 속칭 '뒷방' 명목으로 20~40%를 또 떼어주는 것이 보통이다.

이로 인해 의뢰인들이 정상적인 수임료에 비해 적어도 20~30%이상 더 지불하게 돼 부담이 그만큼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대구지방법원 주변에만 300명 정도의 브로커가 활동하고 있으며 매월 1천만원이 넘는 사례금을 받는 이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변호사는 브로커를 직접 고용하는 위험을 피해, 경매업무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명목으로 브로커들을 직원으로 위장 채용하고 있다는 것.

수임 결과에 따라 의뢰인에게 약정한 거액을 요구하는 '조건부 계약'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성폭력.조직폭력 같은 중범죄의 경우 의뢰인에게 1, 2심에서 풀어주겠다거나 형량을 줄여준다는 이면계약을 맺고 로비 명목 등으로 1천만~수천만원을 받는 사례가 꽤 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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