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일과 쏟아내는 말 때문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시끄럽다.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까지 놀라게 하고 힘들게 하니 '제발 그만두라'고 욕이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이다.
또 상대방을 향해 '더 나쁜 X'이라고 욕을 해대니 국민들 눈에는 모두가 범법자로 비치고 비리와 불법에 대한 무감각증 내지 불감증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시계 바늘을 지금부터 2천여 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당시 중국 대륙에는 제후(왕)들을 찾아다니며 부국강병(富國强兵)과 안민(安民)의 방책을 설파하고 다닌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 정치인.사상가.철학자들은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불린다. 당시 이들의 사상은 이후 동아시아 사상의 근간을 이루었다.
그래서 후세인들은 그들에게 '-子'라는 이름을 붙여 기리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자(子)'나 '가(家)'는 존칭이다.
옥편에는 '가(家)'는 학문과 기예 등에 뛰어난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또 '자(子)'는 어떤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을 일컫거나 남자에 대한 높임말로 쓰인다.
또 현대 중국에서는 그들이 자신의 사상을 세상에 구현하기 위해 천하를 돌아다니며 설파한 것을 가리켜 많은 사람들이 온갖 주장을 편다는 뜻으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다투어 유세전을 벌인 것을 이름이다.
다시 시선을 21세기의 문턱을 막 넘은 우리 국회로 돌려보자. 내로라 하는 '입'들이 모인 의사당의 시끄러움을 과연 이 시대의 '백가쟁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연코 아닐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행태나 시끄러움이 백가쟁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수준에서는 난세(亂世)를 구하려던 그들과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난다. 마구잡이로 떠들어대는 중구난방(衆口難防)과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에서 '의원님'들이 쏟아내는 말의 대부분은 비방과 욕설이다. 돈 문제나 색깔 공방은 단골메뉴다.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식이다. 막가파가 따로 없다. 그런데도 싸움은 그칠 줄 모른다.
대선 자금 문제가 걸린 최근에는 더욱 사생결단식이다. 상대방을 향해 '도둑놈'이고 '나쁜놈'이라고 난리들이다. 사실무근의 허무맹랑한 폭로전은 야당의 전매특허지만 여당도 가세한다.
일단 내질러 놓고 '아니면 말고'다. 있는 소리 없는 소리 구별도 않고 떠들어댄다. 그리고는 '면책특권'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버린다.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여유도 없는데 의원들은 태연하다. 배지를 달면 갑자기 간이 커지는 건지.
이래저래 피곤한 국민들 심사로는 존경의 뜻을 담은 가(家) 자를 '의원님'들께 붙여 국회를 백가쟁명의 장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자(者)를 써서 '온갖 X들이 떠들어 댄다'는 뜻의 '백자쟁명(百者爭鳴)'이라고 하지나 않을까. "먹고 살기 고달픈데 시끄럽게 떠들지나 말지".
정치1부 이동관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방탄 유리막' 안에서 유세…대선 후보 최초
'TK 지지율' 김문수·이준석 연일 상승세…이재명은?
국힘 의원들 '뒷짐', 이미 끝난 대선?…"득표율 공천 반영 필요" 지적도
1차 토론 후 이재명 46.0% 김문수 41.6% '오차범위 내'
전한길 "은퇴 아닌 사실상 해고…'좌파 카르텔'로 슈퍼챗도 막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