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7시 대구 수성구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현대음악사랑모임 후원인을 위한 음악감상회'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날 음악회에는 30여명의 음악애호가들이 참석해 흐르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현대음악은 어렵다는 것이 통념이지만 대구지역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4명으로부터 해설을 들으며 감상하는 자리라 음악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
정식 공연장이 아니어서 음향 상태도 좋지 않았고 주변 소음도 들렸지만 가슴을 훈훈히 덥혀주는 겨울밤 음악회의 정취를 만끽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현대음악사랑모임 이철우 대표는 "듣는 이 없는 음악은 의미가 없다"면서 "현대문화로서 현대음악의 가능성과 재미를 알림으로써 작곡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시도로 이같은 음악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외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춰 놓은 오디오 마니아라도 어느날 문득 창가에 놓인 고물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FM 음악소리에 넋을 놓고 빠져 들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음악 그 자체이지 소리의 질은 아닌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수십억~수백억원을 들여 지은 전문 연주홀보다 집, 사무실, 레스토랑, 산사 등에서 듣는 작은 음악회가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
활발하다 할 수는 없지만 전문 공연장이 아닌 공간에서의 소규모 음악회가 잇따르고 있다.
대형화로 치닫고 정형화되면서 객석과 무대간의 괴리가 느껴지는 공연장 음악회에 대한 일종의 '음악적 외식'이라고나 할까. 연주자의 조그만 움직임과 표정,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비공연장 음악회는 음악적 감성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소극장 연주회가 지닌 미덕까지 지녔다.
대구 삼덕1가 김&송 성형외과에서는 1년에 4차례씩 '살롱 콘서트'가 열린다.
열혈 음악애호가인 이 병원의 김덕영.송중원.김영환 전문의가 지난 2001년 11월부터 열어온 이 작은 음악회에는 매번 수십여명의 클래식팬들이 모여 음악에 매료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살롱 콘서트에는 김대원(플룻), 박라나(하프), 이강일(트럼펫) 등 연주가 3명이 출연해, 겨울철 음악적 정취를 선사했다.
분도예술(대표 윤순영)도 '아주 특별한 시간…그리고 만남'이라는 이름의 소규모 음악회를 3년째 열어오고 있다.
올해 행사는 22일 오후 6시30분 대구 수성구 두산동 레스토랑 플러그에서 열린다.
남성중창단 벨리체앙상블과 소프라노 정은주, 시각장애인 클라리넷 연주가 장성규가 출연하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행사라는 점에서 이 음악회는 여느 음악회에서 느낄 수 없는 온기를 담고 있다.
이인수 대구국악협회장과 김영욱 대구예술대 국악과 교수, 이수준 대구교대 국악과 강사 등 대구지역의 국악연주가 8명으로 구성된 율선국악회는 창립된 지 17년이 된 요즘에는 대외적 음악공연을 갖지 않는다.
대신 산사나 고택 등을 찾아다니며 '영산회상' 연주모임을 갖는다.
# 북적대는 청중은 없다
북적대는 청중은 없다.
고작 스님이나 집주인, 동네사람이 전부이며 연주회가 끝나면 막걸리나 밥상이 나온다 풍류의 극치. 이인수 회장은 "이 음악회를 할 때마다 평화와 영혼의 깊은 울림을 느낀다.
규격화된 공연장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다"며 예찬론을 편다
대구기독교방송 음악프로그램의 진행자 최영애씨와 지영애씨가 이끌고 있는 '산책음악회'도 빼놓을 수 없다.
경북대 북문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행사를 열다가 지난 7월 18일에는 대구 수성구 중동 효성여성병원 지하 문화홀에서 70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음악회를 가졌다.
방송 아나운서인 두 진행자의 감칠맛 나는 사회와 연주회가 끝난 후 연주자와 청중이 한데 어우러지는 즐거운 시간이 이 음악회의 특징.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음악애호가들 중에는 자신의 집에 지인들을 초청, 이른바 '하우스 콘서트'를 갖는 이들도 더러 있다.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 5월 서울 한남동 자택 거실에 25평 규모의 '문호홀'을 만들어 한달 평균 1회 이상의 공연을 갖고 있다.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한 음악가들이나 신예 영재연주인들이 초청되며, 내한 공연을 가진 해외 유명 연주자도 따로 초대되기도 한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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