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선관위의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핵심 단속 규정을 삭제하고 되레 선관위 직원에 대한 직권남용죄를 신설키로 하자 선관위와 열린우리당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개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정개특위는 선거법 제272조 2항의 '선거범죄 관련 자료제출 요구권'과 '금품 향응제공 관련 동행요구권', '증거물품 수거권' 등을 삭제하는 내용을 다수안으로 채택했다.
또 선거법 제134조에서 '선관위의 금융거래자료 제출요구권'도 선관위에 신고한 계좌에 한해서만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은 후보자는 물론 배우자, 후보자의 직계 존비속, 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에 관한 금융거래자료에 대해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삭제한 셈이다.
정개특위는 선거비용 관련자료 제출요구 조항을 위반할 경우 2년이하의 징역 또는 4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규정을 1백만원 이하 과태료로 바꿨다.
정치자금법 제25조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및 허위보고 등에 대한 선관위의 자료제출 요구권도 아예 삭제했다.
게다가 자료를 강하게 요구하는 선관위 직원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선관위가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모두 묶은 셈이다.
◇거센 반발='정치개혁시민연대'는 22일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법 개악 저지 투쟁을 선언했다.
정개연대는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요망을 정치권이 뻔뻔스럽게 내팽개쳐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며 "국민의 힘으로 개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정개연대는 이어 23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를 개최, 선거법 개악 저지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중앙선관위 공무원직장협의회(회장 손병기)는 21일 성명을 내고 "불법대선자금에 대해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할 정치권이 오히려 선거부패를 몸으로 막으려는 선관위의 눈을 가리고 손과 발을 묶으려 하고 있다"며 "선관위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특히 직권남용죄 신설에 대해 "선관위 직원들의 단속 조사를 막고 불탈법행위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정치권의 뻔뻔스런 고백"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은 22일 정개특위의 표결 강행처리를 실력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원기(金元基) 상임의장은 이날 최고지도부회의에서 "선거관계법은 군사 정권 아래서도 여야 합의에 의해 처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야 3당이 야합해 표결로 가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하며 어떤 강경책을 써서라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개특위 간사인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개특위 주장=정개특위 선거법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 의원은 선관위 단속권한 제한 추진 이유에 대해 '선관위의 불공정성'에 책임을 돌렸다.
역대선거에서 선관위가 야당 후보의 손발은 묶고, 여당 후보는 풀어줘 야당 후보들에게만 편파적인 선관위의 단속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 의원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통상적으로 있는 일인데도 선관위가 야당의원에 대해서만 문제삼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편파성을 주장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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