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귀신잡는 해병 '이웃사랑' 잡았네

해병대 1사단 포병연대에 근무하는 천강재(千康載.23) 병장은 이웃사랑 실천에 안달(?)이 난 장병이다.

천 병장은 군복무중 마지막 정기휴가(12월6일~22일)를 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위한 휴가가 아닌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휴가로 썼다.

휴가 첫 날, 그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고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29차례 헌혈했던 대구 동성로 '중앙 헌혈의 집'. 이 곳에서 30번째 헌혈을 하고 고향인 문경으로 향했다.

이튿날 그는 다시 중증장애인이 모여 사는 경기도 광주의 '한사랑 마을'을 찾았다.

이 곳에서 이틀동안 정신지체아와 함께 뒹굴면서 씻기고 먹여주고, 청소를 하며 보냈다.

다음 날부터는 고교시절부터 7년여간 후원금을 보내며 봉사활동을 해왔던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다 입대한 그는 "나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바로 나를 돕는 것"이라고 했다.

평생 남을 돕는 삶을 살기위해 전공도 사회복지학과로 택했다.

천 병장은 고교 재학 중이던 지난 97년 TV에서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이란 프로그램을 본 뒤 곧바로 인터넷 게시판에 '100원으로 시작하는 사랑'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고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동참의사를 밝히면서 봉사활동 모임 '아낌없이 주는 나무(아주나)'가 탄생했다.

그가 초대회장을 맡아 20여명으로 출발한 '아주나' 회원들은 매달 1만원씩 회비를 내 격주로 장애인들을 찾아다녔다.

다운증후근 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영.유아들의 요양 시설인 서울 '상락원'과 정신지체 여성들이 수녀들과 생활하는 '작은 예수회' 등이었다.

천 병장은 입대 전 '아주나'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입대 후에는 외박이나 휴가 기간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헌혈로 받은 증서를 백혈병 어린이에게 기증하는가 하면 부대원들에게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맨도 자청하고 있다.

"봉사는 시간이나 물질 등의 환경이 갖춰져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 봉사죠. 전역 후에도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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