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락지역경제 탈출해법찾자(1)-연구기관이 할 일

새해 아침이 밝았다.

정초에는 서로 덕담을 나누고 각자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시.공간적으로 새해 아침이라고 덕담이나 나눌 상황이 아니다.

매년 맞이하는 그런 새해와는 다르게 우리 모두가 정말로 야무진 각오로 시작해야 하는 특별한 한 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 천년을 시작한다고 전 지구촌이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맞이했던 몇 년 전의 새해와도 전혀 격이 다른 새해이다.

지난 몇 년간 특히 우리 지역 소시민은 무척이나 어렵게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지혜를 모아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어떻게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속에 그냥 그대로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물론 각오만으로 이러한 현실을 극복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기존의 문제해결 방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시대적 전환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는 소위 지식기반사회로의 이행에 동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않고는 절대 지금까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이러한 위기로부터의 탈피여부는 지역의 혁신역량에 달려 있다.

혁신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창출을 통해서만이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지방도 이제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역 스스로가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신명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새해에는 국가균형발전법 등 지방분권 관련 3대 특별법이 통과되어 지방도 신명나게 뭔가 한번 해 볼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었다.

따라서 새해는 우리 지역민에게는 격이 다른 새해이고 또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새로운 각오가 요구된다.

앞으로 불확실성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세계 경제 환경에서 우리의 삶의 질은 세계 속에서 지역이 어떻게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가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혁신체제(RIS)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에 지난해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학 심지어 각종 연구기관이 어떻게 보면 무모하다고 할 정도로 지역혁신의 필요성을 외치면서, 지역혁신체제 구축에서 소외되지는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지역혁신의 전제조건은 혁신주체들의 '생각'이 바뀌어야하고 반드시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은 반드시 연구기관에 의해서만 창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기관이 혁신의 가장 핵심적인 주체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지역혁신체제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연구기관이 지역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 지역혁신체제의 결절로서 기능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연구기관의 역할이 과거와는 달라졌다.

연구기관이 아무리 좋은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역의 경쟁력 제고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한다면 지식기반사회에 있어서 '지역의 연구기관(Regional R&D Agency)'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다양한 지역혁신 주체 중에서도 특히 대학인을 포함한 연구 주체들의 의식전환과 적극적 실천이 시대적 요구이다.

물론 연구기관이 지역의 수요만을 담당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지역의 수요는 충족시킬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한다는 소명의식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역혁신체제의 한 주체로서 자격이 있다.

현재 지역의 연구기관들의 연구역량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지역의 연구기관들이 지역경제의 맥락에서 지역혁신의 중추적 매개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서 '그렇다'고 답변하고 그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우리 지역사회의 연구기관은 과연 얼마나 될까? 역으로 우리 지역사회의 연구기관들이 지식기반사회에서 요구되는 지식을 창출하고 지역혁신시스템 구축의 주체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 지역사회를 포함한 비 수도권 지역의 경제가 빈사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역의 연구기관들이 지역혁신의 주체로서의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지 않은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이제는 변해야하고, 그 방향성과 실천방안을 함께 모색하여야 한다.

그동안 우리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동남권의 R&D 허브기능을 담당할 연구기관의 신설과 중앙의 공공연구기관의 역내 유치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과연 새로운 연구기관의 신설과 중앙연구기관의 역내 유치만으로 지역경제가 회복되고, 우리의 삶의 질은 제고될 수 있을까?

연구기관의 신설이나 유치를 통하여 지역의 경쟁력이 강화된 성공사례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여 조성된 연구집적지가 그야말로 '고립된 연구기능의 섬'으로 남게되는 실패사례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아무리 지식기반경제사회라고 하더라도 연구기관 존재 그 자체가 지역경제 경쟁력을 담보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필자는 이달중 대구시, 경북도, 과기부가 공동으로 설립추진위원회를 꾸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KIST)이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비즈니스를 연계시키는 기능(R&DB)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 선진국의 선험적 사례를 살펴보면 지역경제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지역들은 기술혁신을 담당하는 제도적 주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혁신 주체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이렇게 연구기관을 비롯한 지역경제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이들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적 집단학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 다름 아닌 지역혁신체제 정책이다.

우리 지역 연구기관들의 새로운 역할은 바로 지역혁신체제적 관점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함에 있어서 정말 새로운 연구기관이 요구된다면 마땅히 신설해야 한다.

그러나 그전에 지역의 기존 연구기관들이 지금까지의 지적호기심의 충족이나 연구를 위한 연구에서 연구기관의 수월성이 평가받던 기존 시스템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존의 연구기관들 간의 네트워킹 및 연구기관과 기업 간의 네트워킹이 구축되고 이러한 네트워킹을 통한 집단학습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림으로써 제대로 된 지역 혁신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제도적 환경을 통해서만이 연구기관이 지역혁신체제의 주체로서 기회주의적 행위로 일탈하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혁신의 제도적 주체들의 파편화라는 혁신의 장애요인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역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연구기관의 신설.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기보다는 기존의 연구기관이 지역혁신체제의 한 주체로 확실히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연구기관 관계자의 새로운 각오와 확고한 실천의지가 전제된다.

또 이러한 각오와 실천의지가 지역혁신을 위한 사회자본(social capital)으로 축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최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올해는 매년 맞이하는 그런 새해와는 격이 다른 '진정한 지방분권.지역혁신의 원년'이다.

따라서 지역혁신의 주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실천하겠다는 야무진 각오가 덕담으로 승화되는 새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철우(경북대 지리학과 교수/ 대구사회연구소 지역혁신센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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