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경기가 좋아질 것인가. 그리고 좀 더 긴 안목에서 본 한국 경제의 장래는 어떠한가. 현재 우리 국민 모두의 최대 관심사들이다.
우리 경제는 1997년말 환란(換亂)을 맞았고 1998년에는 -6.7%로 곤두박질 쳤다.
그러나 1999년부터 놀라운 속도로 회복하기 시작, 2002년에 6.3%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유의해야 할 측면은 빠른 경기 회복의 이면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60%를 점하고 있는 민간소비의 급속한 증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민간 소비의 증가는 환란 이후 시작된 금융권 구조개편에 따른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행태 변화와 정부의 지나친 소비조장 시책에 따라 크게 늘어난 가계대출에 의해 가능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을 주도하던 이 민간소비가 2002년 4분기부터 그 증가세가 크게 떨어지기 시작하여 급기야 2003년 2분기에는 오히려 전년 동기에 비해 줄게 되었다.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는 2003년 2분기에 1980년 이래(환란 직후인 1998년 제외) 가장 낮은 1.9%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민간소비 감소와 함께 기업투자마저 저조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은 크게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내수 위축으로 2003년 GDP는 3%에도 못미치는 저성장에 머물렀다.
그나마 우리 경제가 뒷걸음치지 않은 것은 수출이 계속해서 제몫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2004년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우선 국제경제 여건부터 살펴보자.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고, 우리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 되어 있는 중국경제 또한 고속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며,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여타 세계경제 또한 2004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다소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퍽 다행이다.
우리 경제의 수출 여건이 그 만큼 더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도 경기회복의 속도는 내수의 회복여부에 달려있다.
그러나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 카드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문제의 미해결 등에 따라 민간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 기업 설비투자 활성화는 이룩될 것인가. 2003년 2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기업설비투자는 3분기에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사상최저의 금리 수준과 풍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않는 이유는 경제외적 요인에서 찾아야 될 것이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요소의 상존과 함께 한 미 동맹관계의 약화, 계속되는 정치 불안과 정책 혼선에 따른 미래의 불안감 등이 바로 그러한 요인들이다.
이에 더하여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상승과 대립적이고 비협조적인 노사관계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재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직접투자 또한 2002년 4분기 이래 계속 줄어들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물론 2004년에는 계속되는 수출호조에 따라 일부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 상황에서 본격적 투자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기업 투자의 활성화는 단기적 경기진작책으로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재삼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투자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의 제거는 시급한 것이다.
여하간 2004년도의 우리 경제는 주로 해외 수출여건의 호전에 따라 2003년에 비해 그 성장세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2004년 경제성장 전망치 5.2%를 내놓았다.
현재 시점에서 볼 때 국내외에 큰 이변이 없는 한 5~5.5% 수준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빠른 시일내에 일류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면 적어도 연평균 6% 성장세를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현재 빠르게 펼쳐지고 있는 세계화와 지식기반 경제시대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전력을 경주해야 한다.
우선 일자리를 가진 국내외 기업들이 국경을 무시하고 넘나드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 '기업하기 좋은 여건' 만드는 일이 급선무이다.
그러기 위해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안보 확보와 국내 정치안정, 그리고 법치(法治) 기반의 확립과 함께 각종 행정제도의 선진화 및 투명화, 건전한 노사관계의 확립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경제 정책 조정기능 강화를 통한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예측가능성 제고, 정부의 각종 규제와 간섭을 과감하게 철폐하는 일 등을 하루 속히 이룩해야 한다.
오늘날 경제적으로 성공한 모든 나라들은 외국 기업유치와 자국 기업성장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경쟁에 이긴 나라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도 연간 평균 8~9%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중국이 그 좋은 예이다.
오늘날 크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의 수출 중 50% 이상이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과 관련된 것임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게다가 지식기반 경제시대에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은 사람에게 체화되어 있는 지식이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국제경쟁에 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풍부한 인적자원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식기반 경제 시대에 걸맞은 인적자원 배출을 위한 교육개혁만 이룩해낸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느 때보다 밝다고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올바른 교육개혁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임을 다시한번 명심할 일이다.
司空 壹(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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