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책!-하얀 가면의 제국

자본주의를 논할 수도 없는 조선 후기 당시의 상인들이 '자본주의의 맹아'로 둔갑한다.

서구적 근대화를 추종했던 개화파가 선각자로 간주되며 유교적 전통을 지키려 했던 조선말 의병장을 근대적 민족주의자라 일컫는다.

우리는 서구와 미국 중심의 시각에서 우리의 역사를 끊임없이 재단하려 시도한다.

'하얀 가면의 제국'(박노자 지음.한겨레신문사 펴냄)은 서구 열강들의 부도덕과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서구중심주의)에 대한 예리한 비판서다.

러시아 출신의 귀화 한국인인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는 남한과 북한, 러시아와 북유럽,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전 세계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오리엔탈리즘의 허구성을 해부하고 있다.

저자는 "'한'으로 대변되는 한국사의 타율성과 정체성, 미국의 보수적 학자들이 들먹이는 '한국인들의 타고난 복종의 습관'이나 '태생적인 권위주의' 그리고 우리가 중국이나 베트남을 '더럽고 부패하고 위험한 곳'으로 보는 시각들은 모두 서구 중심적 시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동양을 멸시하는 서구 및 미국의 오리엔탈리즘은 물론이고, 그들이 강요한 '하얀 가면'을 쓰고서 서구를 가치의 척도로 삼는 우리 자신을 비판하고 있다.

'하얀 가면'을 벗어야만 우리 자신의 진면목을 볼 수 있고 평등하고 인간다운 사회의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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