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비스 개선 안되는 택시-(1)아무나 운전

시민들의 발인 택시가 '불안'하다.

택시 기사들은 열악한 근로환경에 내몰리고 승객들은 최소한의 서비스는 물론 안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조건과 각종 편법이 난무하는 대구 택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어본다.

택시업계가 안고있는 문제는 미자격자의 취업에서 쉽게 드러난다.

근무조건이 나쁘다보니 인력난에 시달리고, 그러다보니 '누구나' 취업이 가능하다.

현행 법규상 택시 기사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일정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한뒤 '택시운전자격증' 등을 소지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대구에서는 말뿐인 조항이다.

▨자격증 필요없어요(?)

지난 12일 오후 대구의 00택시회사. 기자는 취업에 필요하다는 주민등록등본과 이력서, 사진 등을 들고 찾아갔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택시기사가 되는 길은 너무나 쉬웠다.

택시기사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규상 △택시운전자자격증 △운수연수원 교육(3일) 수료증 △가스차량교육 이수증 △택시운전정밀검사필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택시회사 관계자는 이력서만 대충 본뒤 "내일 새벽까지 차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잠시뒤 또다른 직원이 나와 가스충전소 위치와 하루 사납금이 얼마인지를 말해주었다.

취업에 걸린 시간은 불과 30여분 내외. 준비한 사진은 필요없다며 받지도 않았다.

기자가 "자격증이나 교육 등은 필요없느냐"고 묻자 "며칠뒤 시간을 내어 시험만 치면 되며, 운수연수원 교육은 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음날 새벽 기자는 아무런 문제 없이 다른 사람의 자격증과 사진이 운전석 조수석에 붙어있는 택시를 받아 운행에 나설 수 있었다.

무자격자의 택시 취업은 다른 업체도 상황이 크게 다를 것이 없다.

10여곳에 문의를 했는데 택시운전자 자격증을 요구하는 회사는 있지만 사고 이력 조사나 운전경력증명서 등 최소한의 신원조회나 면접이 이루어지는 곳은 없었다.

또 운전자 사진과 무사고 증명서를 요구했던 업체에서조차 실제로는 이를 받지 않았다.

▨무자격 운전자 왜 생기나

대구 운수연수원 관계자는 "연수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기본적으로 택시 기사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필수적인 응급처치와 도로교통법, 영어.일어를 비롯한 각종 교양 교육 등이 교육과정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또 "3주마다 실시되는 교육을 받는 인원이 지난해 기준 120~130명으로 2, 3년전보다 3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택시운전정밀검사필증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만한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소양 테스트로 대중 교통 운전자로서는 필수사항이다.

택시회사의 노조위원장인 김모(45)씨는 "근본적으로 '구인난'에 시달리는데다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며칠 근무후 떠나는 이들이 많아 업체들이 굳이 자격증이나 교육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며 "몇달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는 이들도 많아 무자격이 업계 관행처럼 돼 있다"고 했다.

결국 이용승객들은 '최소한의 안전보장책'조차 없이 택시에 몸을 맡기는 셈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11월19일 새벽에 택시를 몰던 김모(32.주거부정)씨가 승객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이다 동부 경찰서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러한 무자격 택시 기사의 양산은 당국의 무관심과 함께 '솜방망이 처벌'도 주요 원인.

현행법상 무자격자를 고용한 업체는 1건당 6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상습 위반 업체는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구시의 무자격 택시 기사 적발건수는 2002년은 전무하며 2003년도 택시기사가 형사처벌된 뒤 경찰 통고와 고발 등을 통해 받은 6건이 전부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무자격 운전기사는 근본적으로 직원을 고용하는 택시 회사에서 알아서 할 문제며, 시에서는 사실상 감시.감독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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