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칼럼-신종질병들의 준엄한 경고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삶은 항상 대자연의 법칙에 바탕을 두고 자연과 더불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필요에 따른 방향과 방법으로 자연의 원리를 적절하게 활용해왔다.

때로는 인간이 원했던 방향이 자연의 법칙을 벗어남으로써 자연은 인간으로 하여금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과 실패를 경험하게 하였다.

하지만 그런 위기를 겪을 때마다 인간은 자연과 화합하면서 한 단계 높은 지혜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 왔다.

우리 인간이 대자연의 원리에 순응하거나 이를 변형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자 기울여온 지금까지의 노력은 겉으로는 대단한 듯 보이지만 우주의 심오한 원리나 신비한 생명체의 본질에 비하면 참으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자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도전에는 인간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연으로부터 오는 재앙에 대한 두려움 또한 항상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조류독감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돼지콜레라와 구제역이라는 전염병이 소란을 피운지 불과 얼마가 지났던가. 살아있는 닭과 오리를 매장하기에도 일손이 모자라는데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쇠고기 소비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산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여 쇠고기 수입이 전면 금지되는 등 우리나라 축산물 먹을거리 시장이 실로 처참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바람은 구제역 발생위험을 증가시키고, 쇠고기 수입개방 압력에 밀려 미국에서 요구하는 수입쿼터량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보니 광우병과 같은 질병까지 들어오게 되고, 북쪽에서 날아오는 철새들에 의하여 조류독감이 온 나라를 공포와 위협 속에 빠뜨린다면 이 나라 축산농가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해답이 없다.

누가 이런 신종 질병들을 과연 예상이나 했을 것인가? 사람들까지 위협하는 이 가축 질병들의 창궐 이유를 곰곰이 유추해 본다.

소, 돼지, 닭 등의 가축들은 수천 년의 세월 속에서 자신들의 자연적 진화원리와 질서를 과연 지켜낼 수 있었던가? 인간은 진화의 이러한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과격하게 인위적 조절을 가함으로써 엄청난 재앙을 스스로 불러오게 된 것이다.

가축들은 오직 맛좋은 살코기, 많은 양의 우유와 계란 생산만을 위해 단지 인간이 필요로 하는 기준에 따라 길들여져 왔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육시설, 사료, 관리에 충실하게 순응하는 가축만 선택되었고, 그 선택에 역행하는 개체는 비정하게 도태되는 인간중심의 가치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온 것이다.

적자생존을 위해 자신의 습성과 특성을 유지하려는 우수한 개체들은 인간의 필요 측면에서 볼 때 생산능력이 별반 탐탁하게 여겨지지 않아 당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태가 되어야 할 우둔한 개체는 오히려 인위적 관리체계에 잘 순응하였기 때문에 생산능력이 좋은 가축으로 선발되어 왔다.

이런 식으로 인간이 자연의 순리에 따른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림으로써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재앙과 불행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되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들에겐 그들만의 일정한 생존 원리가 있다.

같은 종(種)에서도 개체 간 몸집의 크기, 힘 그리고 능력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세대가 지나면서 이러한 차이는 점점 더 확대되어 결국 생존에 가장 유리한 특성을 지닌 개체들만이 살아남아 그들과 같은 특성을 가진 후손들이 넓은 영역에서 각박하고 치열한 생존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계의 생존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사회적 가치를 입증하여 우리 인간생활에 제대로 활용할 때 인간사회는 더욱 풍요롭게 발전하고 삶에 보탬이 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과다한 욕심과 자연의 원리에 모순 되는 인간 위주의 가치기준은 자연생태계의 평형을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파괴시키고 말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위기와 시련들은 바로 자연의 질서와 원리를 역행한 인간들이 마땅히 감내해야 할 고통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병은 계속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고급 단백질원은 가축들이 계속해서 공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가축들이 처한 자연환경이 웅변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우리 인간들이 충분히 감내해야 할 부분이면서 동시에 지혜롭게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중대 과제로 다가와 있다.

여중수 영남대 교수 생물자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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