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은 온갖 종류의 초능력자를 내세운 오락SF영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SF로 증폭된 곳곳에 현재 인간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엑스맨과 인간의 갈등은 인종간의 갈등, 엑스맨 등록법안은 잠재적 범죄자를 위한 지문채취 등으로 대치될 수 있다.
등록법안을 통해 엑스맨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바로 나치가 자행한 유태인 격리와 학살을 연상시킨다.
'엑스맨'의 첫 장면이 1940년대 유태인수용소에서 시작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어린 사비에는 수용소에서 가족들과 헤어진다.
죽음을 감지한 사비에는 처절하게 가족들을 향해 절규하고, 그 힘으로 수용소 철망이 뜯겨져 나간다.
인간이 자행한 극도의 공포가 돌연변이 탄생의 시작이 된다는 것이다.
과연 돌연변이가 진화일까. 영화는 수백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의 행악에 의해 인간은 더욱 강한 인간으로 진화됐다는 설정을 가지고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모든 생물은 외부로부터 '진화에 대한 힘'(Natural selection force)을 받게 된다.
1532년 스페인군대가 잉카제국을 손쉽게 점령한 것은 두창(천연두) 바이러스. 원주민의 3분의 1이 병원균에 의해 몰살했다.
그로 인해 잉카제국과 아즈텍 문명은 앞당겨 종말을 고해야만 했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이 지금의 남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진화된 인간이다.
병원균은 진화에 대한 자연의 영향력이다.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이 없던 사람이 병원균에 의해 저항성 있는 사람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때도 적용되는 것이 변이. 원주민 사이에 돌연변이가 생겼고, 저항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는 똑같은 유전체를 만들어내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완벽한 것은 없다.
그 설계에서도 틈이 생기는 것이 변이고, 돌발적이면 돌연변이다.
돌연변이는 염색체 일부가 잘려 없어지거나, 여분으로 늘어나 발생되는 유전적인 변화이다.
보통 자연적으로 일어나지만, 방사선이나 화학물질 등 인위적인 힘에 의해 생겨나기도 한다.
돌연변이는 진화의 핵심이다.
돌연변이 없이는 진화로 이행이 힘들다.
그러면 영화의 엑스맨이 인간 진화를 위해 필연적인가. 돌연변이는 개체에 해로운 방향으로 일어난다.
영화 속에는 투명인간이 되기도 하고, 자유자재로 공간을 이동하며, 순간 이동까지 할 수 있다.
상상속의 초능력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영화적인 발상이다.
그리고 인간의 돌연변이가 수십 년 만에 이렇게 폭넓게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
영화 속 돌연변이는 엄밀히 말하면 돌연변이가 아니라 초능력자들이다.
과학적인 오류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뛰어난 오락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현실을 비꼰 상상력이다.
같은 인간이면서 피부색에 의해 질시하고 반목하며, 종교라는 관념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분쟁으로 이어진다.
인간이 가진 태생적 공격성을 영화는 돌연변이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극단적인 폭력이 새로운 형태의 인간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발상. 그것은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의 한계를 경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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