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꼬리 잡힌 '공천 장사'-검찰 수사 안팎

대구.경북의 일부 기초단체장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게 거액의 공천 헌금을 했다는 소문이 검찰 수사를 통해 상당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대구지검 특수부에 긴급체포된 윤영조(61) 경산시장과 김상순(65) 청도군수는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당선'이었던 지역의 선거분위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공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경산.청도지역에는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은 수억∼10억원, 도의원은 1억5천만원'이라는 공천헌금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던 것.

당시 윤 시장은 체육교사 출신으로 경북도교육위원장을 지냈지만, 막판까지 3,4명의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 공천을 따냈다.

또 김 군수는 지난 98년 재선에 성공한 후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앞두고 있었는데 '탈당자를 공천하지 말라'는 중앙당 지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적잖은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공천권을 행사한 박재욱(65.경산.청도) 의원에게 불만을 품고, 박의원이 운영하는 대학들의 공금 횡령 등 문제를 검찰에 잇따라 투서.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12일 횡령혐의로 구속된 박 의원은 공천 후유증에 휘말려 교도소 신세까지 지게 된 셈인 것.

또 이번 사건은 박재욱 의원에 대한 '대학공금 횡령' 수사를 벌이는 와중에 나온 '뜻밖의 성과' 성격이 짙다.

검찰은 지난해 3월부터 10개월 가까이 박 의원의 가족.친척의 예금 계좌 수십개를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횡령한 학교 공금 107억원 이외에 정체불명의 현금 6억원이 송금돼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이 가족.친척 계좌에 돈을 넣고 빼는 등의 순진한(?) 방식으로 자금관리를 해왔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초 윤 시장과 김 군수에 대해 지난해 중반쯤 사법처리를 할 계획이었으나, 박 의원이 지난해 여러 차례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하는 방식으로 검찰 수사를 피해다니는 바람에 이들에 대한 조사가 상당히 늦춰졌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천헌금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관계자는 "그간 공천헌금 이야기가 많이 떠돌았던 만큼 이에 미뤄보면 두 단체장이 건네줬다는 6억원이 공천헌금의 전부가 아닐 것"이라면서 "검찰이 도의원들의 공천 헌금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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