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 수감 남편 석재현씨 면회 강혜원씨 "손발 동상 주먹조차 못쥐어"

중국 산둥(山東)성에 있는 웨이팡(弟坊) 형무소에 수감중인 남편 석재현(石宰晛.34.사진작가)씨를 면회하고 돌아온 아내 강혜원(姜惠媛.39.인테리어 디자이너)씨는 씩씩한 목소리였지만 눈망울에 가득 담긴 슬픔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석달만에 만난 남편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손과 발이 동상으로 퉁퉁 부어 주먹을 쥘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며 강씨는 담담하면서도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했다.

지난 17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30여분씩 남편을 면회한 그는 "편지 왕래도 못하는 상황에서 얼굴이라도 보고 오니까 마음이 훨씬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이후 한국영사관 도움으로 두차례 면회를 다녀온 강씨는 남편이 탈북자를 취재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지 1년(2003년 1월 18일 체포)이 되는 시점에 맞춰 면회를 다녀왔다고 했다.

남편이 2년형이 확정된 후 지난해 12월 25일 산둥성의 옌타이(煙臺) 형무소에서 현재 수감된 곳으로 옮겨진 것도 그녀의 마음을 바쁘게 했다.

남편 석씨는 강씨를 보자마자 "무슨 일 있었느냐"며 안부부터 물었다고 했다.

당초 강씨가 지난 연말 면회를 약속했다가 몸이 좋지 않아 부득이 연기한 사정을 모르는 남편이 강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지 걱정이 앞섰던 것.

남편을 위해 사식과 옷가지를 비롯해 중국어와 예술철학 관련 도서 40여권을 넣어준 강씨는 "자세한 얘기는 않았지만 남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석씨처럼 탈북자를 지원한 혐의를 받았던 일본인은 체포 20일만에 석방됐지만 남편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기약없이 옥살이를 해야 하는 것에 힘들어하더라는 얘기였다.

그녀는 남편의 가석방을 위해 발로 뛸 것이라고 했다.

중국법에 2년형을 선고받은 뒤 1년이 지나면 풀려날 수 있는 가석방 제도를 이용해서라도 남편이 고국땅에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이 바라고 있다.

강씨는 "중국 정부가 선처의 형식을 취하고 우리 정부는 중국에 적당한 명분을 주면 의외로 쉽게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강씨는 곧 대통령에게 탄원서 제출과 면담 요청을 할 계획이고 이달 초에는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만남도 약속돼 있다.

강씨는 하루에도 희망과 절망 사이를 여러번 오간다고 말했다.

낮 시간에 열심히 일하며 바쁘게 보낼때는 남편이 곧 석방될 것 같은 느낌이 들다가도 밤에 홀로 상념에 잠길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것. 그는 "며칠후 석방될 것 같아 집안 청소를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다가도 주저하기가 여러번"이라고 말해 마음고생이 여간하지 않음을 짐작케 했다.

강씨는 "남편이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어서 탈북자를 도운 것이 아니라 당시 그곳에 있었던 한국인이었으면 누구라도 자신처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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