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황우석 팀과 월드컵 4강의 신화

이번 서울대학교 황우석.문신용 박사팀이 의학계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쾌거를 올렸다.

미국 '사이언스'지가 발표한 황 박사팀의 논문에 의하면 이들은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유전인자를 함유하고 있는 다른 성인의 체세포 핵을 삽입하여 만든 배아 세포를 배양한 후 그 속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로 분화하는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인간의 배아세포를 복제하는 것도 중요한 학문적 성공이거니와 사람의 체내에 손상된 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분화가능한 줄기세포를 만들게 되면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이나 당뇨, 심장병 등의 난치병을 치료하는데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연구진이 세계 의학계를 놀라게 한 성공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번 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선 것이나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 성공을 거둔 일은 우리가 예기치 못한 쾌거이다.

왜냐하면 한국이 과거 축구나 의학계의 세계 정상 근처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가지 쾌거의 내용을 분석하고 우리가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 유사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나아가 어떻게 하면 앞으로 더욱 자주 한국인이 세계적 경쟁에서 쾌재를 부를 수 있는 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 두가지 다른 성공을 분석할 때, 첫 번째 착안하는 요인은 한국인은 축구나 과학을 막론하고 세계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약 560년 전 한글을 발명한 사실이라든지 고려자기를 만들고 거북선을 고안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우리의 재능은 세계적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한국인은 어떤 일에 집착하면 그 속에서 일을 성사시키는 무서운 집중력을 지닌 민족임을 볼 수 있다.

축구에 있어서 우리 선수들이 견디어낸 훈련의 강도는 틀림없이 다른 국가 사람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황우석 박사의 경우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목욕과 단전호흡으로 하루를 시작하여 밤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하는 일과를 1년 365일 수년을 계속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끈기와 집중력은 한국이 많은 세계적 음악인을 배출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연주 음악에는 훈련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셋째, 축구와 의학 양분야에서 서구적 방법론과 전략을 과감하게 채택하였다.

축구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훈련과 실전에서 서구적 전략을 썼고, 황우석 교수도 외국 연구진의 이론과 서울대학에 비치되어 있는 세계 최상급의 기계를 활용하였다.

그 다음으로 우리는 이 두 가지 세계적 쾌거를 이룩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희망적 요인이 있음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 두 성공을 가져온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특별한 혜택을 입은 특권층이나 특수층의 사람이 아니고 사회의 밑바탕에서 올라온 보통의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우리 축구선수 누구 한사람도 특권층 출신이 없었고, 황우석 박사 역시 출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의 산골짜기 시골농가에서 겨우 황소 세 마리가 전재산인 이름 없는 가족 출신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회 정책적 책임의 필요를 절감하게 된다.

한국도 되도록 빨리 세계적 재능을 가진 젊은 인재들을 발굴하여 사회와 국가의 힘으로 길러보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 것인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특권이나 특별한 부류가 아닌 풀뿌리 백성으로부터 세계를 놀라게 하는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확인할 때 다른 꿈나무들에게 세계의 여러 고지를 향하여 뛰는 국가적 에너지가 솟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의 꿈나무들이 세계적 영웅으로 올라서는 모습이 그 사회에 주는 사기양양의 힘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박세리가 여성 골프계의 정상에 우뚝 서게 된 이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여성 골퍼들이 세계정상을 향하여 뒤따라왔는지를 보았다.

이번에 황우석.문신용 박사 뒤에 또 많은 한국 과학자들이 줄이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우리 정부와 사회에서 솟아나는 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정책적 여건을 마련하여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이러한 배려는 우리 젊은이들이 이공계에서 그들의 장래를 거는 풍조의 진작에도 일조할 것임을 확신한다.

유종하(서강대 교수.전 외무장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