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빈자의 아들'

한 가난한 집의 아들이 부자를 동경하게 된다.

아버지의 오두막집이 너무 비좁아 호화로운 저택이 좀더 편안할 것같고, 발로 걷는 것보다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하인을 많이 거느리면 육체적 수고로움을 많이 덜 수 있어 행복감을 느끼면서 평온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행복을 누리기 위해 가난한 집의 아들은 이를 당장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노력이 시작된 첫 해, 그는 인내를 요하는 어떤 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을 경멸하는 이들에게조차 알랑거리며 비위를 맞춰준다.

그래서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물질적인 부를 획득한다.

하지만 늙어 삶을 마감할 때 쯤에는 육체는 고통과 질병으로 쇠약해지고 그간 겪은 수많은 정신적 상처와 실망의 기억으로 마음은 괴로워진다.

그는 "부와 권세는 '족집게 상자'처럼 번거롭기만 할 뿐 마음의 평정을 얻는데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며 절규한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나오는 '빈자(貧者)의 아들' 얘기다

자신이 가질 수도 있었던 행복의 열쇠를 스스로 내던진 어리석음을 꾸짖고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국부(國富) 증대에만 평생을 바쳤을 것 같은 아담 스미스가 이런 철학적인 담론을 가졌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컬하게 들린다.

그러나 서구의 경제학은 이런 완벽한 도덕적 기초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도덕과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의 증대를 강구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자본주의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 철학은 어떤가. 모로 가도 돈만 있으면 된다는 식이다.

도덕과 질서를 존중하는 사람은 앞뒤가 막힌 사람이거나 이재(理財)에 둔감한 어리석은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비리와 탈세 구덩이에서 건져 올린 냄새나는 돈이라도 많으면 된다는 식이다.

훗날 사회경제학자 막스 베버는 이를 '천민(賤民) 자본주의'라며 자본주의가 절대 가서는 안될 방향이라고 경고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갖춰나가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기회복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다"며 분배 위주의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소득 1만 달러의 문턱도 넘지못한 한국경제가 여전히 성장에 배고픈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도 '도덕 철학'이 없으면 선진자본주의는 이룩되지 않는다.

이왕 내친 김에 '천민자본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바로 소득 2만 달러를 향한 필수 과목이 아니겠는가.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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