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시한인 12일 국회 본회의장 의장
석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등 하루종일 정치적 사활을 건 일대 격
돌을 벌였다.
==여야 박의장 설득 경쟁==
0...본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인 10시3분께 김근태(金槿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와 김부겸(金富謙) 원내부대표가 국회의장실로 찾아가 이날 오전 노 대통령이 탄핵
정국에 대해 사과의사를 표명한 내용을 전달하려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차단과
박 의장의 난색 표명으로 무산됐다.
김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의 유감표명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얘기한 실질적인
사과내용이 담겨있다고 본다"면서 "이 상황에서 의장이 대화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
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면담을 요청했으나, 박 의장은 의장 비서실 관계자를 통해
만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홍문종 박진 이승철 심규철 의원 등 10여명이 "의장을 의
장석에 먼저 앉게 한뒤에 만나라" "원칙대로 한 다음에 대화를 요청해야 하는 것 아
니냐"며 김 원내대표의 의장실 진입을 막았고, 김부겸 원내부대표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손님이 왔는데 이렇게 박대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은 일종의 전쟁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
면 국민불안이 고조돼 내전적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대화가 차단돼선 안된다"고 말
했으나, 결국 면담이 성사되지 못하자 10여분만에 철수했다.
이날 오전 의장실 주변에는 열린우리당 사무처 당직자 7-8명이 몰려들었고, 국
회 경위 10여명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호를 강화하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오전 9시55분께 의장실을 방문해 박 의장
에게 정상적인 표결 진행을 촉구했고, 민주당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와 장재식(張
在植) 김영환(金榮煥) 심재권(沈載權) 의원 등도 오전 10시30분께 의장실을 방문해
설득작업을 벌였다.
==박 의장 불면의 밤==
0...전날 밤 한나라당 의원들의 제지로 퇴청하지 못한 박 의장은 국회의장실 내
실에서 밤을 지새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16대 국회 임기를 끝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박 의장은 자신의 정치인생 막판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의 사회권을 맡게 된 점에 고민하며 거의 잠을 이루
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실 관계자는 "박 의장이 오늘 새벽 1시 조금 넘어서 내실에 들어갔으나, 새
벽 늦게야 잠이 들었고, 오전 8시께 일어나 세수를 하고 회의를 준비했다"면서 "박
의장이 의장실의 내실을 이용한 것은 2002년 7월8일 취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밤새 의장실에서 한발짝도 나서지 않았고, 김석우(金錫友)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단둘이 아침식사를 했다.
==의장석 쟁탈 몸싸움==
0... 이날 오전 11시6분께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야당의원 및 경위들에 둘
러싸인채 본회의장에 진입해 의장석에 올라가자 열린우리당은 육탄저지에 나서 본격
적인 몸싸움이 벌어졌다.
앞서 오전 11시께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마치고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의장석쪽에 몰려들자 자리에 앉아 쉬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
들은 굳은 표정으로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등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몸싸움끝에 1차 시도가 실패하자 박 의장은 전날 예고한대로 질서유지권을 발동,
국회 경위들이 2인 1조로 임채정 김덕배 천정배 이부영 김태홍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한명씩 본회의장 밖으로 이끌어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임종석 송영길 의원 등이 의장석을 끌어안고 버텨 박 의장은
의사국장석에 앉아 의장석이 정리되기를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의사봉을 의석쪽으로 내던지며 질서유지
권 발동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날 새벽 3시50분께 의장석 '사수'와 '탈환'을 놓고 격렬한 몸싸움
을 벌인 여야 의원들은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서로 섞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등 '휴
전' 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은 의장석 주변에서 먼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섞여 앉아 교두보를 확보한뒤 야금야금 점유 공간을 넓혀가는 전술을 사용했다.
박 의장의 본회의장 입장이 지연되면서 의장석 주변을 차지한 여야 의원들은 행
동을 자제한채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으나, 박 의장이 입장하는 순간 격렬한
몸싸움이 예상되는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0...열린우리당 유시민 이종걸 최용규 이호웅 신기남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은
경위들에게 끌려나가면서 거세게 저항했다.
임종석 의원은 국회의장석에 앉아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면서 눈물을 흘리며 저
항하다 이끌려나갔고, 마지막까지 의장석에서 버텼던 장영달 의원도 결국 15분만에
박 의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본회의장 밖으로 밀려나갔다.
몸싸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박 의장이 갑자기 단상을 내려오자 유용태 원내대
표 등 야당 의원들이 앞을 가로막고 다시 단상으로 올라갈 것을 권유, 박 의장은 의
사국장석에 다시 앉았다.
단상 밑에서는 야당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김영춘 송석찬 김희선 의원 등이 멱살
을 잡는 등 거센 몸싸움을 벌였고, 하나 둘 씩 야당의원들에 밀려 본회의장에서 밀
려나갔다.
의석에서 지켜보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오열하며 의장석을 향해 명패와
서류를 내던졌고, 김근태 원내대표도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으며 김원기 의원도 착잡
한 표정으로 몸싸움을 지켜봤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와 박상천 전 대표, 추미애 의원 등 야당 지도부는 멀찌감치
떨어져 굳은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오전 11시20분께 의장석에 올라선 박 의장은 정동영 의장 등이 던진 명패 조각
이 단상으로 날아오자 마이크를 잡고 "만약에 계속해서 난동을 피우시면 퇴장을 명
하겠다"며 "경호권을 발동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경고하고 곧바로 탄핵안 상정과 표
결 개시를 선포했다.
투표가 시작되자 야당의원들은 의장석과 연단 주변에 인의장막을 치고 표결을
강행하는 가운데, 임종석 의원은 의장석 앞 단하에서 드러누운채 격렬하게 항의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서서 "쿠데타를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를
계속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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